한국에 계시는 어떤 한 목사님은 뉴욕에 올 때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꼭 보는데 볼 때마다 감동으로 눈물을 흘린다는 말을 들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인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의 휴머니즘적인 이야기와 장발장의 수양딸인 코제트와 마리우스와의 감동적인 Love Story,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상징하는 미리엘 신부의 따뜻하고 긍휼어린 마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의 도가니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주인공 장발장이 빵을 훔치다 감옥을 간 후 19년만에 복역을 마치고 냉혹한 사회에 나왔을 때 그를 아무 조건없이 따뜻하게 맞아들여 친절을 베풀어준 미리엘 신부의 호의를 배반하고 그의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다 경관에 의해 다시 붙들려 왔을 때 미리엘 신부가 장발장에게 한 말은 우리들의 마음에서 영원히 잊혀질 수 없다.

“잊지마시오. 내가 준 물건들을 당신이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한 것을”

이 말 한마디가 장발장의 인생을 멸망에서 구원으로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10년간 각고의 노력끝에 장발장은 백만장자가 되었고 시장이 되었다. 이 작품을 명작으로 만드는 데는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케 하는 선한 배역들도 있지만 자베르 경감과 같은 악역도 등장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자베르 경감은 ‘전과자는 반드시 재범을 하게 된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우고 장발장을 일생동안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는 악역을 맡고 있다. 그는 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법이 목적이었고 원칙이 목적인 삶을 살았던 불행한 원칙주의자였고 그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결국 자살의 길을 택하고 말았다.

이번 사순절 기간과 고난 주간을 나는 말씀 묵상의 은혜에 푹 빠져 살았다. 특히 고난 주간 QT를 하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예수님의 마지막 유월절 만찬, 감람원에서의 예수님 체포 사건, 대제사장의 뒷 뜰에서의 베드로의 배반, 빌라도의 관정에서의 사형 판결, 골고다 언덕 십자가위의 예수님과 두 강도들, 예수님의 시체를 무덤으로 옮겼던 아리마대 요셉, 부활의 첫 증인이었던 막달라 마리아와 여인들등 수많은 인물들을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일일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예수님, 구레네 시몬, 아리마대 요셉, 끝까지 예수님의 곁을 지켰던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여인들과 같이 의롭고 선한 역을 맡은 자들도 있었지만 가롯 유다,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 빌라도, 무지한 군중들, 로마병정, 예수님의 왼편 십자가 위의 강도와 같이 악역을 맡은 자들도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Cast들은 그것이 선한 배역이든 악역이든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완성시키는 데 모두 필요한 배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 배역들 중에서 악역을 맡은 자들에게는 아무 상급이 없다는 사실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생의 드라마 속에서 선하고 의로운 배역이 아닌 악역을 맡아 열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의 드라마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의롭고 선한 역, 심지어는 주인공까지도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