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인권실태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이하 인권위)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특히 탈북자 강제송환시 이들이 기독교인과 접촉한 사실이 발각되면 정치범수용소로 수용된다는 증언이 나왔다.

인권위가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탈북자 30명에 대한 심층 면접과 최근 입국한 탈북자 가운데 하나원 적응훈련 중인 122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양상은 사회집단별·지역별로 차별화되고 있으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보장제도는 와해됐고, 교육·의료체제는 손상됐으며, 극심한 굶주림에 따른 새로운 생존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집단은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었다. 인권위는 “체제의 이완과 경제난은 역설적으로 주민들의 시민적 권리를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게 했으며, 이는 물론 북한 정권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기독교인 접촉한 탈북자들은 정치사상범으로

▲‘공개처형을 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탈북 중 공안에게 붙잡혀 강제송환된 주민들은 중국에서 조사를 받고 본인 거주지역으로 이관돼 재조사를 받게 된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이 때 한국행을 기도했거나 기독교인들과의 접촉 사실이 밝혀지면 정치사상범으로 분류, 재판 과정을 거쳐 교화소로 가거나 보위부 차원에서 바로 정치범수용소로 수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 중 공개처형을 직접 본 경우는 76%(93명)에 달했고, 본 적은 없지만 소문은 들었다는 응답이 22%(17명), 무응답과 들어본 적 없다는 경우가 각각 1명(2%)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그 빈도 수가 감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구금 시설에서의 가혹행위나 고문에 대해서도 응답자 중 78%인 95명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증언에 따르면 정당한 법 절차 없이 피의자를 구금하거나 고문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는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69명(57%), 모르고 있었다는 사람이 50명(41%)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치사상범으로 몰리면 일체의 재산을 몰수당한 후 야간에 전 가족 또는 당사자를 수용소로 이송하는데, 아무런 사전 통보나 재판절차 없이 끌려가기 때문에 가족이나 이웃, 친척까지도 이들의 소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아는 탈북자들도 내부 실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의약품 구입이 어려웠다는 응답이 83%(101명), 굶어죽은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58%(70명), 1990년대 후반과 비교했을 때 꽃제비가 더 증가했다는 응답도 47%(57명)에 달해 기초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상치료제도는 유명무실해졌고, 의료체계와 의료서비스는 마비상태에 빠졌으며, 2006년과 2007년 두 해에 걸친 수해 및 태풍으로 식량생산량도 하락하고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인권위는 실질적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 측에 관련정책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