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금융 위기의 여파가 한국에도 심각하다. 그 어느 때보다 교회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이 때, 경제학자와 신학자가 한 자리에 앉아 그 방안을 모색했다.

예장 통합(총회장 김삼환 목사) 사회봉사부는 26일 오후 한국교회 1백주년 기념관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교회의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두 명의 발제자로 유종일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와 채수일 교수(한신대)가 나섰고, 임성빈 교수(장신대)와 박래창 장로(총회 사회봉사부장)가 패널로 함께 자리했다.

세미나는 지난 해부터 불어닥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교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올바로 대응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제 위기에 대응한 교회의 실질적 역할을 고민하는 사실상 첫 세미나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경제학자인 유 교수가 지금의 경제 위기에 대한 분석과 경제적 대안을 중심으로 발제했고, 채 교수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 놓인 한국에 교회는 과연 어떤 신학적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는가를 두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주로 학자의 시각에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했지만 지금의 위기가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며 “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적 동물이라는 데서 출발하는데, 이 근본 가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욕심이 지나치면 판단이 흐려지므로, 인간은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경제 위기와 파국은 인간이 회개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전적으로 새로운 가치와 삶으로 방향전환을 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보다 많이’에서 ‘보다 적게’, ‘보다 빠르게’에서 ‘보다 느리게’, ‘보다 높게’에서 ‘보다 낮게’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그런 삶을 행복하게 실천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체로 이번 경제 위기가 인간의 ‘가치 위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임성빈 교수는 “예수님의 십자가는 경제적 시각으론 도저히 납득가지 않는 일”이라며 “교회가 십자가를 다시금 붙들어야 하고, 번영의 신학으로 대표되는 물질의 축복을 강조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는 또 “이렇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교회는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금의 상황이야 말로 우리의 진짜 신앙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회가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을 보는 교회의 신학적, 신앙적 입장을 분명해 해야 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 신학자는 물론 경제학자를 비롯한 각계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에 교회가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