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기독일보의 김준형 기자입니다. 대학생 때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자에겐 고귀한 영혼이 있지만 그것을 사회적 통념에 맞추어 표현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깨는 순간 특종이 나온다.” 저희가 시작한 40인 인터뷰가 서창권 목사님에서 서보명 교수님까지 12명을 만났습니다. 시카고 교계의 문제는 비교적 조용하지만 사실 안으로 곪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할까요? 서양의학에서는 곪는 현상을 ‘아픈 것’이라고 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낫고 있는 중’이라고 봅니다. 시카고 교계에 곪아가는 여러 문제들은 단순한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낫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해 보니 역시 많은 목사님께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자 대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셨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계셨습니다. 저희는 이 인터뷰 자체에서 목사님들로부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한인교회 서창권 목사님. 글렌브룩한인연합감리교회 백영민 목사님, 휄로쉽교회 김형균 목사님, 갈릴리감리교회 이경희 목사님, 노스시카고온누리교회 이해영 목사님, 두란노침례교회 이준 목사님, 헤브론교회 김현준 목사님, 포도원교회 양현표 목사님, 서부한인교회 조현배 목사님, 한울종합복지관 윤석갑 목사님, 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 김태준 목사님, 시카고신학교 서보명 교수님이 시카고 교계의 문제와 나아갈 바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12명 중 1세가 8명이었습니다. 그러나 1세라기보다는 1.3세쯤 되는 분도 꽤 되었습니다. 1.5세는 4명이었습니다. 2세 목사님은 현재 인터뷰가 잡힌 분이 몇 분 더 있습니다. 아마 2세 목사님까지 인터뷰가 되면 2세 사역에 관한 문제가 좀더 잘 조명될 것 같습니다. 장로교 목사님이 4명, 감리교 목사님이 3명, C&MA가 3명, 침례교 목사님이 1명, 목사가 아닌 분이 1명이었습니다. 성공회나 구세군교회 쪽도 곧 인터뷰가 되면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교회 문제를 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연세는 7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목회 경험과 경륜이 넘치는 분부터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분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창권 목사님을 만났을 때는 교회의 권위 회복에 관한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가 제기한 많은 문제들을 대하는 태도가 시종 진지하셨고 특히 시카고한인교회가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 모델교회가 되고자 몸부림 치는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백영민 목사님은 교회 리더십 문제에 관해 지적하셨습니다. 특히 목회자와 성도가 서로를 감싸 안으며 만들어 가는 공동의 리더십 이야기를 하실 때 희망을 엿볼 수 있었고 2세 사역에서 한류 문화를 접근시킨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김형균 목사님은 차기 리더십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셨습니다. 원로들이 후임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1세들이 2세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관해 다양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2세 교회와 생기는 마찰을 극복하는 사례를 알려 주셨습니다.

이경희 목사님은 시카고에 오셔서만 벌써 30년째 목회 인생이신데 따뜻함과 교회를 향한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저희의 질문에 자신의 목회를 돌아 보면서 털어놓는 이야기들에 많은 목사님들이 공감했다고 합니다. 이해영 목사님은 시카고에서 목회한 기간도 가장 짧고 또 가장 젊은 분이었습니다. 자신이 와서 느낀 시카고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고 교회가 다 함께 모여 회개의 연합예배를 드리자는 신선한 제안도 하셨습니다. 이준 목사님은 목회자 청빙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셨고 2세 양육 문제에 관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투자하지 않느냐”는 따가운 말씀도 했습니다.

김현준 목사님은 전통의 계승을 강조하셨고 “지금 상황이 왜 안 좋냐”고 되물으며 “다 하나님이 선을 이뤄가는 과정”이라는 명답을 내 놓으셨습니다. 양현표 목사님은 프로 정신이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양 목사님은 “소명은 기본 아니냐”며 교회에서 이뤄진 일들을 사례별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목회자의 프로정신은 기다림, 참음, 사랑, 전통과 변혁, 성도와의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정리됐습니다. 조현배 목사님은 겸손의 목회를 보여 주셨습니다. 자신이 키운 2세 지도자를 오히려 섬기고 믿고 존중할 뿐 아니라 앞세우는 모습에서 새로운 2세 교회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고 목사-부목사-평신도의 커뮤니케이션과 사랑, 믿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윤석갑 목사님으로부터는 한인교회의 기독교사회복지 실태를 들을 수 있었는데 기사에 다 적지 못할만큼의 척박함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사역을 사랑하고 소명에 확신이 넘치는 윤 목사님의 모습에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로마서와 야고보서는 형제지간, 마리아와 마르다는 자매지간”이라는 명언도 남기셨습니다. 김태준 목사님은 1.5세답게 교계를 향해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셨습니다. 모든 질문에는 사례가 함께 대답으로 나왔고 경험에서 나오는 분석이 재미있었습니다. 1세 목회를 5년 해 본 후에야 1세 목사님에 대한 존경이 생겼다고 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젊은 목회자들이 놓치고 있는 진정한 권위에 관해 털어 놓으셨습니다. 서보명 교수님은 한신대에서 강의 중이시라 서면으로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상황 속에 놓인 이민자들의 고민을 신학적으로 풀어 보려는 흔적이 감동적이었고 진보신학자이지만 보수 기독교 운동과 진보 기독교 운동의 조화를 강조한 관점이나 한국신학과 신앙을 미국에 소개하는 모습은 아주 독특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스물여덟 분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라고만 하지 말고 해법을 찾아 보고자, 사회적 통념보다는 교회의 개혁성을 재확인하고자 시작한 이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목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교회의 현실보다는 미래가, 어려움보다는 희망이 조명되길 바라며 독자 여러분의 관심에 또 다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