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D.MIN 수업을 들으러 Wilmore, Kentucky에 있는 Asbury Theological Seminary에 다녀왔다. 상하반기 한 번씩 일주일동안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틈틈이 열권 정도의 책을 읽고 페이퍼를 쓴다. 책 한권 한권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가 남다르다. 거의 모든 책들이 깊은 영성을 지닌 분들이 저술한 것이어서 그런지, 하나님이 책을 통해 역사하심을 매순간 느낀다.

윌모어에 도착하여 처남 목사 집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매끼 사모님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간식으로 찐빵도 만들어 주었다. 처남은 내가 생활하는데 최고의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세 명의 조카들과도 틈틈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막내 시하(1살)가 "아빠"하며 내가 다가와 눈웃음을 짓곤 할 때마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해주고 또한 내가 사랑하는 찬수와 지혜와 기쁨이, 그리고 아내가 생각났다. 떨어져 있으니, 사랑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너무 좋다. 아내가 내게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더 나아가 나를 길러주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 생각이 났다. 가족이란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는 월요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 아니기에, 웬만한 눈에도 학교는 문을 닫는다. 그런데 이곳에 엄청난 snow storm이 왔다. 월요일부터 일주일 내내 학교가 문을 닫았고, 인근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관공서까지 문을 닫았다. 나무와 전깃줄에 두꺼운 얼음 층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무들이 우우죽순 뿌러져나가 차동차를 덮고 길을 차단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학 박사 과정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에 온지 5년이 지난 내게 아직도 영어가 '무서운'(?) 놈이다. 한인 목회를 하다 보니, 하루에 영어를 쓸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수업을 듣기 위해 영어 text들은 많이 읽지만, 말하고 듣는 것은 아직도 힘들다. 하지만 미리 읽어가는 책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동료 목회자들(이번엔 30여명이 함께 들었다)의 배려로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수업 중에 제법 한두 마디 건네기도 했다.

"The Spirituality of Leading" 이번 수업 제목이다.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이 세우신 리더들의 영성에 대해 배웠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리더로서 어떻게 교회를 이끌어야 하는지, 교회가 어떤 구조를 이뤄야 하는지... 그룹 토의를 통해서는 다양한 교단과 목회 현장에서 사역하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강의를 인도하는 Steve Maytin이 이끌어가고자 하는 핵심은 "주님을 위한 effective and influential한 리더가 되기 이전에, 하나님(말씀)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 자신을 주님께 먼저 내어드리는 것"이 리더 뿐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할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Donation과 Reception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어떤 쪽의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세우신 리더로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주고자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받기를 지향하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음을 의미하는가? 마리아와 마르다 이야기를 했다(눅10:38-42). 마르다는 예수님과 함께 한 일행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냉장고도 없고, 오븐도 없고, 가스레인지도 없던 그 시절에, 20여명의 음식을 분주히 준비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기쁨으로 시작했을 것이고, 큰 보람도 기대했을 것이다. 마르다는 주고자 하는 열망을 가졌다. (Martha is in a donation mode.)

하지만 옆에서 도와줘야할 동생 마리아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예수님 발 앞 제일 가까운 곳에 앉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Mary is sitting back in a receptive mode.)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섬김의 기쁨도 사라졌다. 동생을 judge하는 마음이 생겨났고, 급기야 그는 예수님께 나와서 마리아의 행동을 지적한다.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지 아니하시나이까 저를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

그러자 예수님이 마르다에게 말한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성경에서 이름을 두 번 연속으로 부르는 것은 deep affection(깊은 애정)의 표시이다. 예수님은 마르다의 섬김의 손길을 소중히 여겼다. 그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무리들을 공궤한다는 것을 아셨다. 하지만 주님은 더 소중한 것을 잊고 있는 마르다를 가르치길 원하셨다. 진정한 giving(donation)은 진정한 receiving(reception)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내것"을 이웃에게 내어주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주님을 경험해야한다는 것이다. 주님이 주시는 사랑, 주님과 함께 있는 시간, 말씀으로만 채워지는 마음을 통해서만 진정한 섬김과 사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에 섬기는 자들이 많이 생겨서 참으로 감사하다. 일주일 동안 교회를 비우는 동안에, 성령님은 제일교회 지체들을 맘껏 사용하셨다. 주일 예배 사회, 새벽기도와 수요 찬양, 목장 모임... 내가 이 교회에 처음 왔던 6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동역자들이 생겨났다.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으로 섬기는 자들... 먹이고, 가르치고, 들어주고, 채워주고, 라이드로, 통역으로, 재정 관리로, 뒷정리로, 설거지로, 궂은 일로... 제일 교회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다. 먼저 받아야 한다. 그저 주님과 함께 있음을 즐기자. 주님이 나를 사랑하심이 어떤 사랑인지 생각하자. 내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내가 얼마나 사랑받는 자인지 깨닫자. 말씀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통해 나를 만나기를 원하시는 예수님을 더 이상 기다리게만 하지 말자. 나와의 만남을 통해, 나와 "함께" 일하시길 간절히 원하시는 주님을 기억하자. 그러니 "내" 능력으로만 섬기다 지치지 말고, 주님을 만나는 자리(말씀과 기도)를 통해서 주님을 먼저 만나고 주님으로 채우는 시간을 매일 갖자. 그리고 주님 주신 그 힘과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며 살자. (2/1/2009)

"We don't pull out of the world to merely receive, but we must receive from Christ to become the leader he wants us to be." (from the class last we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