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들이 성장하면서 한인사회에 세대간의 장벽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1세와 2세의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질감이 확대된다는 지적이다. 한인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1세와 2세간 서로의 차이와 성향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세대를 이어가야 할 한인교회에서 조차 영원한 평행선을 그을 지 모를 일이다.

최근 2세 전문 상담가 최현술 임상심리학 박사(UCSF 병원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 클리닉 상담가)를 찾았다.

최 박사는 “이민역사가 오래될수록 큰 주류사회에 흡수되면서 자기 민족성을 강하게 띄는 커뮤니티나 교회는 사라졌다. 그러나 멜팅 팟(Melting pot)처럼 완전히 주류사회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自 민족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샐러드(Salad) 형식을 띠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라고 이민사회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 1세대와 2세대, 차이와 성향을 알고 교육방식 및 다양한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민 과도기에서 겪는 갈등과 문제의 해결점을 더욱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박사에게 1세와 2세 간 언어, 문화, 커뮤니케이션 차이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와 해결방법을 들어봤다.

1.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1세, 2세의 갈등과 해결

-2세들은 미국사회의 영향으로 미 개척성이 강해서 한인사회 안에서만 안주하지 않고 아시안, 소수민족, 이민자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개방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는 데요. 2세의 이런 개방성과 미개척성의 요인은 무엇인가요?
교육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2세는 1세보다 훨씬 적극적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미국 교육이 적극적이기 때문에 성향도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를 주고, 그룹식으로 토론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자유로운 교육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특성이지요. 이와 다르게 이민 1세대는 주입식 교육과 자유스럽지 않은 교육환경의 영향으로 대개 소극적입니다.

-1세와 2세의 갈등이 교육 차이에서 불거지는 경우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된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갈등은 대부분 여기서 시작됩니다. 한국에서 착한 아이는 부모 말을 잘 듣고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착한 아이는 공부를 못하더라도 리더십이 있는 아이, 협동적인 활동을 잘 하며 사교성이 좋은 아이입니다.

교육차이에서 발생한 문제의 사례로 아버지가 13살짜리 자녀에게 너무 속상한 나머지 “공부 못하면 죽으라”는 말을 던졌는데,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 자살시도를 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은 “정신차리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인데, 한국 문화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둘째가 정말 죽으라는 뜻으로 알고 자살시도를 했던 것입니다.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숨어있는 교육과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한국인 부모님들은 공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의 50%가 넘는 이들이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는 것을 볼 때 공부는 성공의 필요조건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다루는 기술, 남을 세워주고 인정해주는 윈윈 리더십이 성공하는 사람에게 더욱 핵심적인 요소지요.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오고, 여기서 부모의 롤 모델 역할이 너무나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모의 롤 모델 역할을 말씀 하셨는 데, 어떻게 하면 갈등이 아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먼저는 1세의 오픈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자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고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일 때 신뢰가 쌓입니다.

한국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책가방이나 서랍을 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가 학교에서 공부는 잘 하고 있는 지, 친구 관계는 어떤지를 알고 싶어하는 관심 표현이지만 자녀에게는 치명적인 사생활 침해로 느껴집니다. 문화가 다르기에 작은 관심의 행동이나 말이 신뢰가 깨어지는 치명적 실수로 작용하게 됩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민교회 내에서 2세의 자리가 불분명한 것과 1세와 2세 사이 즉, 이민사회에 내재하는 갈등이 연결될 수 있습니까?
네, 이민교회의 상황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인 2세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를 잘하더라도 한인 1세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완전히 미국문화에 속할 수도 없는 데, 이 때문에 이들을 배려하는 개방성을 지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에 한인 1세는 자기 주장이 강합니다.

교회에서도 적용이 될 것 같은 데,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조금 더 수용하는 개방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나 자신의 교회만 아니라 한인교회 전체를 봐야 하고, 나아가 한인사회 전체를 봐야 합니다. 만약 인원이 적어서 2세를 따로 수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창조적 Thinking을 통해 틀을 깨고 나와야 합니다.

-1세 아래 자라난 한인 2세에게도 주류사회와의 괴리감이 전혀 없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한인 2세가 주류사회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어떤 것인가요?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라도 완전히 미국사람이 되리라 기대할 수는 없지요. 괴리감이라는 표현보다 차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굳이 한인 2세와 주류사회를 구분 지으라면 대화와 토론능력의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민 1세대와 2세 사이의 대화 부족을 원인으로 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빠듯한 생활전선에 뛰어든 부모님과 자녀들은 아주 일상적인 것, 간단한 대화 외에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이민가정입니다. 하루 종일 일하니까 자녀와의 대화가 부족합니다. 대화가 부족하여 한인 2세가 고립성을 띄는 경우도 있습니다.

-2세들이 성장하면서 한인사회 세대간의 장벽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1세와 2세간 서로의 차이와 성향을 수용하기 위해 1세에게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
대부분의 자녀들(2세)은 처음부터 자신의 문제를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할 때 어떤 문제가 있는 지를 살피면서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것 조차 뒤에 무슨 원인되는 문제가 있을 것이란 사려 깊은 생각을 하면서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아이는 1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홀어머니와 살아오다 9살 때 새 아버지가 생겼습니다. 새 아버지는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고 포학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롤 모델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아이는 혼란을 겪게 됐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마약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머니는 아빠도 생겼는데 왜 그러느냐고 다그쳤습니다. 나의 입장이 아니라 자녀의 입장에서 마음과 귀를 열어두어야 합니다. 모든 문제에는 심리적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자녀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 해야 하는지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문제가 곧 대안모색의 출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문제 원인을 살펴야 합니다. 자녀와의 대화창구를 만들고 소통해야 합니다. 부모가 내 아이는 이래야 한다는 답을 가지고 있으면 안됩니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이끌고 도와야 합니다.

2.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해결

-현재 교회 내에서도 한국학교를 많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2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박사님의 의견은.
저는 찬성합니다. 민족의 정체성은 언어부터 시작된다고 하죠.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문화를 아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한국학교에서는 언어도 배우지만 문화와 역사, 한국체험을 함께 병행하게 됩니다. 한국말을 유창히 배우지 못하더라도 한국학교를 통해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향상되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지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국사회에 대한 관심도 적습니다.

-교회에서 자라나는 한인 2세에게도 한국말 사용이 권장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교회에서 한국말만을 사용한다면 2세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영어라도 함께 소통하려는 노력을 느낄 때, 2세들은 감사를 느끼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성 적인 문제, 깊은 내면을 찔러줘야 하는 하나님 말씀은 모국어(First Language)를 사용해야 더 이해가 되고 다가옵니다.

3. 이민 1세대의 교육열의 원인과 바른 교육방향.

-한국의 교육열이 미국에 이민 온 후에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민 1세대가 유독 자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이유가 있습니까.
자녀교육을 위해 희생한 1세대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1세대 대부분이 자녀교육이라는 일념 하에 낯 설은 미국 땅에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의 좋은 직장을 뒤로 하고 미국에서 자녀만을 위해 살았기 때문에 자녀가 나의 꿈을 충족시켜 주기 원하는 대리만족 의식이 강합니다.

또 1세대는 자신이 얼마나 힘든가에 대해서 말로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충족되지 않은 부분이 자신에게 있음을 느끼고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을 크게 느낍니다. 그래서 더욱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바둥거리지 못하면 못 살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억척스러워집니다. 잠재적인 생존의식이 생겨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생겨나기도 하고요. 삶이 척박하고 여유가 없어지는 환경적 요소와 미국의 개인주의가 접합되어 자신도 모르게 타인을 돌보거나 배려하는 부분이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때에 오는 절망도 큰 것입니다.

-기대를 잔뜩 받으며 자란 2세대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받는 영향도 클 것 같은 데 어떤가요.
그렇습니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때 2세들은 실망감을 느끼고 자신감이 상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문화는 특성으로 꿈을 키운다는 사고가 강하지만, 한국 부모님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좋은 직종을 원합니다. 한인 2세의 경우도 그런 경우가 많은 데, 만약 부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실망감이 삶에도 반영됩니다. 2세가 사회에서 완전히 날개를 펴지 못하는 경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데 그 중 한가지 이유가 너무 높은 부모님의 기대치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서 오는 실망감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실망감도 크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부모님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지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네, 이 문제에 있어서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요구사항의 강요보다 한발짝 뒤로 물러나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성공이 곧 개인의 성공이라는 공식을 깨야 합니다. 그런 1세의 사고방식이 2세에게 고통이 되고 갈등을 부르며 자신감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이지요.

문의) 최현술 박사: 650-766-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