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꽃"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서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숀을
조용히 받쳐주는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이해인, 수녀



안개꽃은 석죽과의 내한성 한해살이 작은 풀로서 하얀 흰 꽃이 군락을 이루어 무리지어 핀다. 꽃이 너무 작아서 혼자서는 무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통 그냥 안개꽃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작고 하찮은 꽃이 장미나 카네이숀을 만나면 조용히 밤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남을 축복하고 빛나게 해 주는 존재가 된다. 다시 말하면 자기 자신은 영광을 얻지 못했을 지라도 실제적인 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안개꽃이다. 안개꽃은 말하자면 위대한 제2인자인 셈이다. 키케로는 “최고를 열망하는 사람에게 2등은 결코 불명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호수아와 엘리사의 위대성은 안개꽃 같은 겸손에 있었다.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주의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안개꽃 같은 심정을 가진 그 인물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