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대북접촉이론 및 대북민간지원, 북한 선교 전략은 북한 정권과 북한의 공적 교회 등에 대한 신학과 신앙적 입장 차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 전문가인 김성태 교수(총신대, 한국오픈도어선교회 대표)는 북한을 대하는 교계와 학계의 관점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고 복음주의 관점에서의 북한 선교 모델과 통일 준비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최근 ‘북한에 대한 네 가지 관점과 선교적 통일 준비’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성태 교수는 각종 문헌 자료와 세미나, 강연 자료들을 분석하고 평가한 결과 북한을 대하는 관점에 따라 △냉전적 사고에 의한 대립적, 충돌적인 ‘전면부정형 모델’ △실용주의적, 전략적 사고의 ‘연착륙 모델’ △민족주의 시각에서 남북을 평등관계로 여기고 상호 유익을 얻으려는 ‘통합적 접근 모델’ △북한의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체제를 남북통일의 기초로 보는 ‘좌익형 모델’로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北 정권 악마적이라 보는 주장과 주체사상 추종 주장

김 교수에 따르면 첫번째 ‘전면부정형 모델’은 북한 정권과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것으로 북한 정권은 본질적으로 악마적이기 때문에 대화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헤리티지 연구재단,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재스퍼 베커, 고든 장, 김상철 변호사, 조갑제 대표의 주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두번째 ‘연착륙 모델’은 북한 정권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전략적 접촉으로 변화를 유도하여 북한을 변혁시키자는 것이다. 북한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낙관적 관여정책의 입장은 미국 빌 클린턴 정부의 페리 보고서, 브루킹스연구소의 대타협과 예방적 관여정책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대북접촉을 활발히 하는 기독교 구호, 구제 NGO가 여기에 속한다. 또 북한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보면서 붕괴 시 위험을 예방하거나 붕괴를 용이하게 하자는 관여정책의 입장에는 빅터 차, 마이클 브린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서경석 목사의 주장 등이 포함된다.

‘통합적 접근 모델’은 남북한의 분열과 갈등은 단순히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강대국들의 세력과 이권 다툼의 희생물이라고 보고 민족주의 차원에서 남북한 지도자들이 적극 대화하며 다방면에서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 셀리그 해리슨의 주장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대북화해 교류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공존정책, 한국기독교장로회의 통일정책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마지막 ‘좌익형 모델’은 북한 정권과 일관된 입장으로 주체사상과 수령론을 토대로 남북통일을 이루고 국가 발전의 기반으로 삼자는 것으로 조국통일해외기독자회, 북미기독학자회, 민주노동당 내 민족해방계열(NL) 등이 속한다.

모든 북한선교 가능성 부정하는 극단적 입장은 곤란

그렇다면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할까. 김 교수는 “북한선교의 주체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가 북한 사회의 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서 모든 선교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극단적 입장은 “하나님의 통치와 주권에 대한 심각한 오류이자 불신”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 교회들이 고난을 받는 것에 대해 그는 “고난의 이면에 북한 교인들을 정금처럼 단련시켜 남북한 교회 부흥의 밑거름이 되고 세계복음화를 감당케 하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아합 왕과 이세벨 시대에 바알에 무릎 꿇지 않은 7천 명을 보존하셨듯 북한에 적어도 20만 명 이상의 하나님의 백성을 보호하고 계신다는 확신을 갖고 선교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복음주의 교회들은 북한 사회를 진정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그리스도의 복음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확신을 갖고 부단히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그리스도의 복음은 영혼 구원만이 아닌 생활과 육체를 포함하는 전인구원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우선 기독교에 부정적으로 세뇌교육을 받아 온 북한 주민들을 위해 구호와 구제에 앞장서며 사랑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북한 복음화는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성육신적 섬김과 자기 희생의 삶을 보일 때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과 교인들을 통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준비, 먼저 탈북자를 복음으로 섬겨 양성해야

통일을 위한 준비로 그는 “우선 하나님이 중국과 남한에 보내주신 북한 주민들을 복음으로 섬기고 북한 복음화의 인재로 사용될 일꾼들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중국에서 유리하고 있는 7~10만여 명의 북한 주민들을 돌보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신앙훈련교재 개발과 전임 사역자 양성, 장단기 신학훈련 등을 개발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중국의 북한 여성들과 이들의 자녀를 돌볼 길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각 교단 신학교와 기독 대학, 일반 대학에서 공부하는 새터민 청소년들을 훈련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새터민들을 섬기는 특수한 교회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북한에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및 인적 자원 양성에 힘쓰며 각 교단 및 선교기구에 NGO를 만들어 활성화시킬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북한 내지 교인들과 남한에 정착하여 교인이 된 새터민 가족들을 돌볼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내지에 60년 이상 신앙을 유지하며 3세대까지 신앙을 이어가는 교인들이 있다”며 “이들을 보호하고 필요를 채우는 사역을 하며 성경주해, 성경공부교재 등의 책자와 라디오, DVD, MP3 등 다양한 물품들을 들여보내 북한 교회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인이 된 새터민들을 도울 때에는 북한 내지에 남은 새터민 가족들의 신원 보호에도 신경 쓸 것을 요청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북한 선교현장에서 사역하는 교단 및 전문선교기구들의 사역 네트워크를 만들어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성을 분별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정보당국은 모든 기독교 NGO사역에 대해 나름대로 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고 선교 활동을 분쇄하기 위한 위장 공작원들을 중국과 국내에서 운용하고 있다”며 “현재에도 북한 간첩들이 선교현장에서 암약하는데 이를 알지 못하고 북한공작원의 미끼에 걸려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 선교사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교현장의 전문선교기구 실무자들의 구심력적 네트워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덧붙여 비밀 사역을 하면서 모금이나 재정운용, 사역자의 자질 등 윤리적 문제가 대두될 때 투명성과 윤리성 확보를 위해서도 선교단체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