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의료복지재단(총재 박세록 장로, 이하 샘)은 2000년부터 장백, 집안 등지에 의료소를 개원, 의료 봉사활동과 함께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2004년에는 북한에 사랑의왕진가방 보내기 운동을 통해 항생제, 진통제, 청진기 등 기초의약품을 제공했으며 2006년에는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를 위한 영양소 보내기 운동을 실시했다. 샘은 이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북한 평양에 제약 공장을 신설했다. 박세록 장로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양제 공급에 한계를 느껴 공장을 직접 설립하게 됐다"며 "원료는 우리가 공급하는만큼, 이제 제약 공장이 완성돼 북한에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제약 공장은 언제 완공되었나?
지난해 12월 3일 개공식을 가졌다. 1년여간 공사가 지연되어서 포기하다시피했는데, 북한에서 갑자기 협조해 부랴부랴 완공했다.

-제약 공장은 어떤 목적으로 짓게 된 것인가?
임산부와 어린이를 위한 비타민과 영양소를 만드는 공장이다. 1년간 기형아 출생을 방지하기 위해 임산부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비타민과 영양소를 보내는 운동을 펼쳐왔다. 그런데 수요를 맞추는데 한계를 느껴서 현지에 공장을 짓게 된 것이다.

북한에 공장을 짓는다는 것이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하나님께 맡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만든 것이다.

현지에 공장을 세웠으니 이제는 현물 대신 비타민과 영양제 원료를 공급하게 된다. 원료 공급은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앞으로 북한이 우리 요구를 들어줄 지 말 지는 그들 마음이지만 북한이 민족을 살리고 싶어한다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줘야 원료 공급이 원활하게 될 것이다. 공장을 지을 때 보다는 우리가 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의해 공장이 좌지우지 될 경우를 대비해 중국 단동에 똑같은 공장을 짓는다. 중국이 북한보다 재료비 등이 싸기 때문에, 이곳에서 영양소와 비타민을 생산해 중국, 소련, 북한 뿐 아니라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보낼 계획이다. 북한에 공장을 뺏기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생명을 살리는 운동은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 한 중국에 먼저 공장을 짓고, 후에 북한에 짓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원래 계획은 중국에 먼저 짓고 북한에 짓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허가 받는 것이 만만치 않다. 까다롭고, 어려움이 많아서 현재 간신히 설계가 끝난 상태다. 게다가 지금 단동은 너무 추워서 4월이나 되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시작하면 올해 말에는 공사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개공식에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62명의 샘 대표들이 모두 참가했다. 국적이 다양한 한민족이 평양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공식을 앞두고 우리가 북한에 제시했던 조건이 '세계 한민족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공장을 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무사히 개공식을 마칠 수 있었고, 주일에는 일행들이 칠골교회에서 예배와 성찬식을 드리기도 했다.

-최근 잡혔다가 풀려난 김재열 선교사의 예를 비롯해 보면, 북한에 좋은 일 해주고 쫓겨나거나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 공장은 이럴 우려가 없을까?
미리 북한에 빼앗기리라고 예상하고 공장을 짓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으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공장을 지은 것이다. 만의 하나, 빼앗기더라도 큰 피해가 없을 정도로 준비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과 중국에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는 각각 얼마 규모인가? 그리고 재정은 어디서 충당하는가?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평양에 지은 공장은 본국 통일부에서 반액 재정 지원을 받았으며 중국에 짓는 것은 자체 재정으로 충당한다. 힘에 부치는 정도라고 하겠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에 짓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든다.

-평양 공장에서 생산되는 약품의 양은 얼마나 되는가?
많을수록 좋지만 재정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본국 통일부와도 이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서도 더 많은 후원자를 찾고 있다. 10만명의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비타민과 영양제를 공급하는 것이 소망이다.

-북방 지역 병원, 사랑의왕진가방, 영양소보내기 사역 외에 샘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처소교회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역자들의 신변유지를 위해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가 하는 일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인만큼, 사랑의왕진가방보내기 사역이나 복음 사역이 잘 되어서 보다 많은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인과 재외 한국 동포 62명이 모인 것은, 분단 이후 60년만에 북한에 처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전세계 퍼져있는 한민족이 하나된 모습을 보이는게 좋겠다. 이번 모임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큰 역사를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북한이 불쌍하다, 어렵다, 이런 이해의 차원을 떠나서 한민족이 하나되어 민족의 영혼을 깨우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