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은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Merida)에 있는 유카탄 신학교에서 지냈습니다. 신학교라고 하면 장래 목회를 할 이들이 공부를 하는 곳이지만 유카탄 신학교는 선교현지 특성상 학생 대부분이 이미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재학하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일반 학교와 같은 학기제로 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일년에 몇 차례 집중하여 강의를 하는데 지난 주간에는 설교에 대해 공부하는 주간으로 한 주간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약하여 강의하고 주말에 돌아왔습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는 마야문명의 발상지로서 유명한 곳이며,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우리 선조들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05년에 조국을 떠나 밧줄과 부대를 만드는데 주원료로 쓰이는 애니깽이라는 식물을 추수하는 농장에 계약 농부로 와서 일하면서 어렵게 살던 곳입니다. 지금은 나일론에 밀려서 애니깽의 수요가 예전 같지 않아 대부분의 농장들이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그분들의 후예들 중에는 그곳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의 터전으로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십여 년전부터 이곳에 사는 우리 선조들의 후예들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면서 유카탄이란 곳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특별히 이들을 위한 미주내 한인교회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들만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을 위한 선교도 매우 활발해져서 이제는 미주 한인교회 단기선교지로서 가장 각광(?)을 받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단기 선교만이 아니라 여러 장기 체류 선교사님들이 유카탄 지역에서 활발하게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계시고, 그분들의 수고의 결과로 유카탄 반도 여러 곳에 교회들이 세워졌고 그 교회들을 위해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세움을 입게 된 것입니다. 우리 감리교에도 조남환 선교사님을 중심으로 몇 분의 평신도 선교사님들이 장기 선교사로 현지에서 사역하고 계시고, 선교센터를 세워 선교를 위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주와 한국의 여러 교회들이 여러 마을에 교회를 세우는 일과 이들 교회를 위해 사역할 목회자들을 훈련하는 일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유카탄 신학교는 이러한 선교 현장에서 사역할 목회자 양성을 위해 웨슬리신학대학원에서 현지 신학교와 함께 세운 원주민 목회자 양성기관입니다.

유카탄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도 이러한 후원으로 시작한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인데 어떤 학생은 차를 타고 8시간을 와야 하는 먼 곳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데 후원 교회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이 매우 열악한 형편에 세워진 교회이고, 그러다보니 목회자들도 사역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공부까지 하려니 고생이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역자들이 주중에는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하는데 공부하는 주간에는 일을 못한 채 학교에 와야 하니까 경제적으로 더 힘이 드는데 그래도 공부하기 위해 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물론 그들이 모두 신학교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앞으로 소위 성공적인 목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복음을 전하기에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라서 목회자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할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랍니다. 그래서 후원하던 교회도 몇 년을 후원하다가 원하는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후원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교회들의 형편이 어렵다보니 좋은 목회자를 발굴하여 양성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물론 그들 중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훌륭하게 사역을 감당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목회자들의 모습이 그들이 섬기는 교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이번에 함께 공부한 이들 중에도 어떤 이는 왜 하나님께서는 하필 저런 이들을 세워서 당신의 사역을 하시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던져지는 이들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주간을 지내면서 그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 그들을 세우신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그곳에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능력을 나타내시기 위함이라는 사실입니다. 역량에 상관없이 목회자를 세우고, 형편에 상관없이 교회를 세우신 것은 바로 그곳에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리고 바로 그곳에 하나님을 찾는 이들이 찾아와 만날 수 있게 하시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거기에 있음으로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어떤 분이 선교사들은 그들이 선교 사역을 얼마나 잘 감당하느냐 못하느냐에 상관없이 바로 그 선교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참 옳다는 생각을 다시 해봤습니다. 선교사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통해 하나님을 보고,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선교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를 우리의 삶에 터전에 세우신 것도 같은 의도입니다. 우리가 일하는 터전에서 우리를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시기 위해서 우리를 세우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사람들이 당신을 만나게 하시기 위해 우리를 우리의 삶의 터전에 살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