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해안에서 일하던 등대지기는 한 달에 한 번씩 기름을 받아 등댓불을 지켰습니다. 등대가 마을에서 멀지 않다 보니 손님들이 자주 왔답니다. 하루는 어떤 여자가 찾아와 난방에 필요하다며 기름을 구하러 왔습니다. 또 하루는 어느 남자가 등잔을 켠다며 기름을 청해 왔답니다.

모두가 그럴듯한 요구인지라 이 등대지기는 달라는 대로 기름을 다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기름이 부족해 정작 등대의 불을 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여러 척의 배가 암초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상부에서 이등대지기를 불러 이렇게 질책했다고 합니다. “당신에게 기름을 공급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즉 등대를 밝히라는 것이었소.”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에게 주신 재능이나 지위를 잘못된 곳에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것도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남을 위하고, 좋은 곳에 사용했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그런 재능이나 자리를 부여하신 분의 분명한 목적을 간과해버린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음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우리 생활 뿐 아니라 사역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정’이나 ‘의리’일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인정에 매달려 큰 일을 그릇 칠 때가 있습니다. 요즘 시대를 ‘관계 문화의 시대’(Relationship of culture)라고 부른 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맥은 출세와 성공의 열쇠라고 까지 합니다.

한국의 대통령 당선자도 그의 관계철학 중의 하나가 ‘자신이 알고. 믿는 사람은 끝까지 같이 한다’고 했답니다. 이런 모습도 인정이나 의리를 중시하는 관계중심적 생각일 것입니다. 이것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측면에 너무 메이다 보면 자칫 큰 일을 그릇 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크리스찬이라고 하면 인정이나 관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우리가 이 땅 위에 형성하는 모든 관계나 능력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허락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대 우린 종종 인심 쓰듯이 하나님의 뜻보다는 ‘자기의 의’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재능이나 지위를 잘 못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하나님보다 사랑이 많고, 인정 만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로 오히려 더 가치 있고, 중요한 는 일들이 무너지는 상황을 만든다면 그것은 우리의 ‘의’가 아니라 ‘직권남용’에서 오는 ‘혼란’으로 보는 것이 바를 것입니다.

그런 예가 아주 많습니다. 교회가 불쌍한 사람을 돕지 않는다고, 선교비에 너무 인색하다고 불만합니다. 모든 것을 그리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교회가 부사역자를 너무 쉽게 내보낸다고 불만합니다. 교회가 문제 있는 일들에 너무 함구한다고 불만합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진정한 크리스찬 헌신자라면 내 앞에 있는 어려운 점만 보고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전체에 더 큰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됩니다. 때로는 교회의 안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인정에 얽매이지 말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잠시 불의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단 이야기를 들어도 지나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사명(목적)을 이루어 가기 위한 것입니다. 만일 그것이 정말 바르지 못한 것이었다면 하나님께서 새로운 길을 내시고 그것에 맞는 사명자를 세우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이 생각하는 크리스찬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최소 믿음 있는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들 잘 챙기고, 거절 없이 부탁을 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해오셨습니까? 우리의 이런 연약한 모습 때문에 예수님은 ‘결혼한 사람이나, 가정이 있는 사람이나,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라도 주의 일을 하노라 하면서 뒤를 돌아 보는 자는 하나님 나라에 합당치 않다’고 말씀 하신 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인정(人情) 때문에 더 큰 ‘하나님의 뜻’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우리가 지켜야 할 바른 신앙의 모습입니다. 오늘 내게 있는 것, 무엇을 위해, 누굴 위해 써야 하는지 더 분명히 알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한 재능과 에너지들이 정말 써야 할 곳에 사용되어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 잘 쓰임 받았다고 인정받는 멋진 크리스찬들 되시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