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튼 지역에는 53000여명의 중산층이 산다. 이 지역은 주변 어느 도시보다도 다양한 민족이 산재해있다. 이곳의 상가 건물 한 켠에는 동양계 미국인들이 모이는 교회가 있다. 법적인 재제가 심해 교회가 자유롭게 설 수 없는 까닭에 예배당은 따로 갖고 있지 않지만 매주 주일 오전이 되면 찬양으로 예배를 시작한다. 필리핀, 중국, 타이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민족을 불문하고 모인 성도들은 한마음이 된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목사는 한인 1.5세인 크리스토퍼 전 목사다.

한인 1.5세가 다민족 교회를 섬긴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문화가 다른 이들을 영적으로 이끄는 사역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자 중 대다수는 교회에 발을 디뎌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이는 1년동안이나 찬양을 부르면서 손에서 염주를 떼지 못했다. 날씨가 좋으면 예배당은 텅 비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의 조이풀라이프교회 성도들은 그 누구보다도 교회 활동에 헌신하고 있다. 이자리에 오기까지는 전 목사의 전적인 헌신이 바탕이 됐다.

"어딜 가나 적응을 빨리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품을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이민 와서 중학교부터 다시 다니면서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사역하면서 다양한 직분을 통해 경험도 풍부하게 했습니다."

가라오케 나이트를 비롯해 주일 오전 바베큐 파티, 블럭 파티 등 조이풀라이프교회에는 한인 교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가라오케 나이트에서는 건전 가요를 마음껏 부를 수 있도록 예배당을 노래방 분위기로 만든다. 바베큐 파티에서는 성도들이 토요일 저녁에 예배를 미리 드리고 각 가정에서 주일 오전 바베큐를 준비해 이웃들을 초청한다. 교회 문턱을 낮추고 커뮤니티 내 불신자들과 관계를 맺어 한 사람이라도 더 교회에 오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결과로 생전 처음 '교회'라는 곳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성경공부와 예배를 통해 거듭나게 했다. 지금은 자랑스러운 열매가 됐지만 6년간 거둔 결실이 50여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리스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변화된 것을 보면 보람있습니다. 하지만 한인 교회들에 비해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도 열매는 반 밖에 안되는 현실을 보면 힘듭니다. 별 변화가 없는 성도 수나 늘 유동적인 예배 인원을 보면 힘이 빠지죠."

그래도 이들을 놓지 못하는 것은 낮은 곳으로 찾아가는 목회를 펼치고 싶은 '꿈'과 '이 교회가 아니면 안된다'는 '신자들' 때문이다. 주변 한인 교회들에서 함께 목회하자는 러브콜은 많이 들어오지만 조이풀라이프교회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목회할 수 있는 곳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성도들 역시 '전 목사가 담임을 맡지 않으면 교회를 합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놓았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세상으로 내려오셨듯, 교회도 높은 강단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단순히 사람의 사랑을 주고 다가가기 위해 복음과 타협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방법을 바꾸자는 것이죠. '내가 좋아하는 교회'가 아닌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와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죽어가는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예수님을 보내셨다면, 교회도 죽어가는 영혼들에게 찾아가야 합니다."

조이풀라이프교회는 이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관계성'에 주력한다. 그래서 전도 방법도 커뮤니티 내 불신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가는 것들이 많다. "긍정적인 관계성이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전 목사의 목회 신념은 교회 이름에도 숨어있다. '조이풀라이프'라는 이름 중에서 조이(JOY)는 하나님과 예수(Jesus),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Others), 그리고 하나님과 당신 자신(Yourself)의 관계를 늘 생각해보라는 뜻을 가진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 아니었습니까? 사랑하는 그 관계를 회복케 하는 것, 교회의 사명이죠."

조이풀라이프교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이 가장 바라고, 그리워하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그것은 예수를 멀기만 한 '신'이 아닌 나의 그리스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조이풀라이프교회와 전 목사는 오늘도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을 나눠주기 위해 커뮤니티로 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