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 시 주민의 기본권 보장과 실질적인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우리식 인권' 담론의 허구성과 집단주의·계급성에 기반한 억압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남북사회통합교육원과 남북동행포럼 동문회는 23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한반도 차세대 리더 양성 컨퍼런스'를 열고 북한 인권 현황과 급변사태 대응 방안, 한반도 정세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홍양호 NKDB 남북동행포럼 원장(전 통일부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남북동행포럼은 미래 세대에게 북한 실태와 인권, 국제 정세, 통일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배움터"라며 "수료생들의 동문 네트워크 결집은 통일에 필요한 사회통합 선행 경험을 체득하고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영호 NKDB 남북동행포럼 동문회 고문(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전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김정은 시대 남북관계의 패러미터이자 교류협력의 마중물이었던 개성공단은 지금 중단된 상태"라며 "통일과 남북 통합은 단순한 구호나 정치적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북한 실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보편적 인권 가치를 지키며 남북 통합 시대를 정교하게 설계할 청년 리더들이 존재할 때 비로소 통일 한반도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희성 NKDB 남북동행포럼 동문회장(전 개성공단 로사리오회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혼란스러운 동북아 정세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위기를 지적하며, 인권 중심의 대응과 법적·제도적 토대 마련을 촉구했다. 은 회장은 차세대 통일 리더들에게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법제 통합 및 주민 기본권 보장 준비 △기록 보전과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인권 전략 및 AI 기술 활용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에 두는 사람 중심의 인도주의 네트워크 확립 등 3대 과제를 당부했다. 

제1세션(북한인권, 좌장 윤여상 NKDB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유평원 국민대 북한·통일법 박사는 '북한의 우리식 인권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북한 헌법과 현실의 괴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탈북민 출신인 유 박사는 과거 북한에서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북한에서 '자유주의자'라는 말은 개인주의와 결부된 비판과 낙인의 표현"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은 헌법 제8조에 인권 존중을 명시하고 종교·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으나, 헌법 조문과 실제 실행은 완전히 별개"라며 "제1장부터 4장까지 국가 체제를 우선 규정하고 제5장에 기본권을 배치한 편제 자체가 개인의 권리를 국가에 종속시키는 구조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 박사는 북한 인권 담론의 왜곡을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그는 "첫째, 집단주의 조항(헌법 제62조)에 따라 집단 이익의 최종 결정권을 1인 수령이 쥐고 있어 수령 중심의 체제 요구에 개인의 기본권이 완전히 희생된다는 점"이라며 "둘째, '자유' 대신 '자주'를 강조하는 담론이다. 북한이 말하는 민주주의적 자유는 개인의 자유가 아닌 강제 투표 등 집단적 의무에 불과하며, 자주의 주체 역시 개인이 아닌 '인민대중' 및 '국가 주권'으로 치환되어 국제사회의 정당한 인권 비판을 가로막는 방패막이로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셋째, 인권의 계급성이다. 보편적 원칙 대신 체제에 대한 순응 여부와 출신 성분에 따라 차등을 두며, 체제를 비판하는 순간 인권의 주체에서 배제되어 '체제의 원수'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유 박사는 "장마당 확산으로 개인의 활동 영역과 사적 소유가 늘어나며 주민들의 자유 갈망이 커진 반면, 집단주의 법체제와의 간극은 심화되고 있다"며 "진정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한 법 조항 개정을 넘어 개인을 독립적 권리 주체로 인정하는 당국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사법적 구제 절차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 급변사태 시 주민의 자유·기본권 보호를 위한 국가대응체계 구축'을 발제한 나윤재 국민대 법무대학원 통일융합법무 석사과정은 권력 승계 불안정 등으로 인한 북한 내 급변사태 가능성을 짚으며 정부의 선제적 구상을 촉구했다. 

나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등 권력 승계 과정의 불안정 속에 세습독재가 붕괴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주민의 해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이 사라지면 극심한 통치 공백과 무장세력 간 충돌, 식량·의약품 공급 중단 등으로 주민들이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급변사태 시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헌법적 책무"라고 역설했다. 특히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주장과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거론하며 "평시부터 주민 보호, 인도 지원, 사법 절차에 관한 명확한 계획을 유엔 및 국제사회와 공유해야만 사태 발생 시 대한민국이 정당한 책임국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 연구원은 특히 국내 부처 간 협력 체계의 부재인 '접속 공백(interfacing gap)'을 강하게 경고했다. 군이 특정 지역을 안정화하더라도 치안과 민생 행정을 언제, 어떤 기준으로 민간에 이양할지 구체적 법제와 절차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나 연구원은 '북한 지역 전환 관리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국무총리가 집행을 총괄하되, 부처 간 자원 배분과 권한 이양을 상시 조율하는 범정부 상설 기구인 '북한지역전환관리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과거 이라크 전쟁 당시 구정권 인사를 일괄 배제해 행정 공백을 겪었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철저히 개인의 구체적 행위와 책임을 심사하는 법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동독 붕괴 당시 슈타지 문서가 진실 규명의 열쇠가 되었듯 그간 축적된 북한인권 기록을 토대로 책임 규명과 행정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급변사태 발생 시 대한민국이 북한 주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명확한 원칙을 대내외에 선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션 1의 발제에 대한 토론은 김은주 매니저(Kin Impact Fund Partnerships Lead)와 김인성 보좌관(국회의원 김건)이 맡았다. 세션 2(한반도정세)의 좌장은 홍양호 전 통일부차관, 발제는 임정희 아산정책연구원의 '통일 한반도를 위한 법적 과제', 김영재 단국대 행정학 초빙교수의 '인공지능 시대 통일정책과 한반도 미래', 토론은 김성렬 부산외대 외교전공 교수와 최지선 국민대 북한통일법 박사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