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적인 교회들이 유지·보수 비용이라는 재정적 부담 탓에 점차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크리스천 투데이(Christian Today)에 따르면, 역사 저술가 찰스 스펜서(Charles Spencer)는 파이낸셜 타임스(The Financial Times) 기고를 통해 2025년 잉글랜드 성공회(Church of England)만 놓고 보더라도 1만6천 개에 달하는 교회의 대규모 수리를 위해 10억 파운드가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교인 수가 적은 교회일수록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밝혔다.

백작이자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남동생이기도 한 스펜서는 배터시(Battersea)에 위치한 세인트 메리 교회(St Mary's Church)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이 교회의 현관 지붕(포르티코)과 기둥, 난간, 종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25만 파운드를 모으는 데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펜서는 이 교회가 독특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화가 J.M.W. 터너(JMW Turner)가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고,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또한 미국 독립전쟁 당시 잠시 배신했다가 다시 영국 왕실에 충성을 재확인한 인물인 베네딕트 아널드(Benedict Arnold)가 이곳에 안장돼 있다.

스펜서는 역사적 교회들이 처한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역사적 교회들이 수리 시 부가가치세(VAT)를 면제받을 수 있게 해줬던 정부의 '등록된 예배 장소 보조금 제도'(Listed Places of Worship Grant Scheme, LPWGS)가 종료된 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후속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으나, 예산이 축소된 데다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투데이는 스펜서의 지적을 인용해 이 같은 어려움이 잉글랜드 성공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교회(Church of Scotland)는 2023년에 이미 교회의 3분의 1을 폐쇄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후 매각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2주 사이 스코틀랜드 교회는 한 역사적 대성당의 소유권 이전을 발표했으며, 로버트 더 브루스(Robert the Bruce)가 묻혀 있는 던펌린 수도원 교회(Abbey Church of Dunfermline)에 대해서도 유사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잉글랜드 성공회는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다른 지출 부담으로 인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스펜서는 분석했다. 그는 교회 관련 학대 피해자들을 위한 1억5천만 파운드 기금, 탄소중립(넷 제로)을 위한 1억9천만 파운드, 아동 성학대에 대한 독립 조사를 위한 750만 파운드 등을 성직자 사례비 인상과 함께 언급했다.

다만 스펜서는 잉글랜드 성공회가 대서양 노예무역에 과거 연루됐다는 의혹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별도 편성한 1억 파운드 규모의 논란의 '프로젝트 스파이어'(Project Spire)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 사업의 비판자들은 그 주장의 역사적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해당 자금을 전국 각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교구에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해왔다.

스펜서는 런던의 유명 교회인 세인트 메리 교회의 경우 후한 후원자들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지만, 하나하나가 역사와 유산, 문화의 보고(寶庫)인 수많은 소규모 지역 교구들은 어려움에 처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