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손현보 목사의 네 편 설교는 내용, 방식, 목적 전반에 걸쳐 고신 총회가 채택한 신앙고백 문서의 설교 이해와 구조적으로 충돌한다"고 밝혔다.

예장 고신 측은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서울중부·전라·충청서부노회 헌의에 따라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등 손 목사가 했던 네 편의 설교와 정치 관련 손 목사의 행보를 1년간 연구하기로 했고, 교수회가 해당 설교에 관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경 본문, 정치적 판단·행동 촉구 정당화 근거로 동원" 

교수회는 "손 목사의 네 편의 설교에서 성경은 설교의 중심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보조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되고, 성경의 올바른 해석의 기초 가운데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설교의 목적은 회심과 성화와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함이 아니라 정치적 각성과 행동 촉구에 놓여 있다"고 봤다. 

이들은 "손 목사의 네 편의 설교를 검토하면, 내용의 중심은 성경 본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기 진단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평가"라며 "설교는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을 반복하며, 특정 정치인을 공산주의 혹은 전체주의와 연결 짓는 논지로 전개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성경 본문은 하나님의 뜻을 밝히는 중심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정치적 판단을 정당화하는 상징적 언어로 기능한다"고 했다. 

또한 네 편의 설교들이 "대체로 대한민국이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선언으로 시작된다"며 "이러한 감정적 긴장이 충분히 조성된 이후에야 성경 본문이 후행적으로 호출된다. 그러나 이때 성경 본문은 설교의 출발점이나 해석의 중심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제시된 정치적 판단과 행동 촉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동원된다"고 했다. 

"개혁주의 교회, 정치적 불의 앞 침묵 안 돼" 

그러나 이에 대해 고신애국지도자연합(고애연) 실행위원인 김한식 목사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교수회) 보고서는 설교의 정치적 도구화를 경계하려는 정당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지만, 사실상 설교의 목적을 회심과 성화에 한정하고 정치적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과 행동 촉구는 설교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론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교리문답의 설교 이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이며, 성경의 선지자적 전통과 율법의 제3용도, 그리스도의 왕권, 개혁주의의 공적 신앙, 역사적 개혁교회의 저항 전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목사는 "(교수회 보고서는) 네 편의 설교 전체에 대한 엄밀한 주해적 평가라기보다, 일부 표현과 전반적 인상에 크게 의존한 총론적 평가에 가깝다"며 "보고서는 결론을 뒷받침할 충분한 논증을 제시하기보다, 결론을 먼저 세워 놓고 제한된 자료를 그 결론에 맞추어 배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교수회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 설교의 남용을 경계하려다가 개혁주의 설교가 지닌 공적·선지자적 사명까지 지나치게 약화하였다는 데 있다"며 "일부 표현과 본문 적용에서 보완할 부분이 발견되더라도, 그것을 근거로 정치권력에 대한 교회의 성경적 비판과 공적 증언까지 제한하는 것은 개혁주의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했다. 

김 목사는 "개혁주의 교회는 정치를 위한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정치적 불의 앞에서 침묵해서도 안 된다"며 "강단은 정당의 연단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폭정과 불의 앞에서 침묵하는 피난처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