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종교 관련 전공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주정부 학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대학생이 대법원에 평등한 대우를 요구하고 나섰다.
종교 자유 관련 법률단체들은 지난 11일 리버티대학교 학생 베서니 홀(Bethany Hall)을 대리해 미국 대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핵심 쟁점은 주정부가 학생의 전공이 종교와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공공 장학금 혜택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다.
홀은 당초 음악교육을 전공으로 리버티대학교에 입학했으며, 버지니아주 학비 지원 프로그램인 VTAG(Virginia Tuition Assistance Grant)를 통해 5,000달러(약 706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전공을 두 차례 변경했다. 처음에는 청소년 사역으로 전공을 변경했고, 이후 최종적으로 음악 및 예배 분야를 선택했다.
버지니아주는 종교적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전공에 대해서는 VTAG 지원을 제한하는 정책을 적용했고, 그 결과 홀은 기존에 받을 수 있었던 주정부 학비 지원금을 잃게 됐다. 이에 홀 측은 이러한 조치가 종교적 신념과 소명에 따라 전공을 선택한 학생을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2004년 미국 대법원이 내린 '록 대 데이비'(Locke v. Davey) 판결이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조시 데이비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학업을 시작했지만, 신학 전공을 선택하면서 주정부 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법원은 당시 주정부가 종교적 직업을 위한 신학교육에 공적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데 헌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대법원은 종교기관이나 종교적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둘러싼 여러 사건에서 종교를 이유로 공공 혜택에서 배제하는 정책에 대해 보다 엄격한 판단을 내려왔다. 이에 따라 종교자유 단체들은 2004년 내려진 록 대 데이비 판결이 현재의 종교자유 법리와 충돌하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홀의 법률대리인단에는 전미법률재단(National Legal Foundation), 클레이브룩 LLC, 트라우트먼 페퍼 로크, 퍼스트리버티 인스티튜트, 자유수호연맹(ADF) 등이 참여하고 있다.
퍼스트리버티 인스티튜트의 선임 변호사 제레미 디스는 "단지 전공이 종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을 주정부 장학금이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차별적"이라며 "대법원이 록 대 데이비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해당 판결은 미국 건국 당시 종교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겼던 원칙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에는 록 대 데이비 사건의 당사자였던 조시 데이비도 공동 변호인으로 나섰다.
현재 트라우트먼 페퍼 로크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는 "22년 전 대법원의 판결로 주정부는 저와 같은 학생들이 종교적 소명과 관련된 전공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차별받을 수 있게 됐다"며 "대법원이 이 판결을 바로잡고 베다니와 같은 학생들을 동등하게 대우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DF의 수석 변호사이자 항소 변호 부문 부사장인 존 버쉬 변호사는 "정부는 학생의 전공이 종교적이라는 이유로 공공 복지 혜택을 거부할 수 없다"며 이를 "종교적 차별"이자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청원서를 받아들일 경우, 미국에서 종교와 공공 지원의 관계를 둘러싼 헌법적 논쟁이 다시 한번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법원이 최근 종교기관과 종교적 활동에 대한 정부의 차별 여부를 판단해 온 흐름 속에서, 2004년 록 대 데이비 판결의 현재적 의미를 다시 검토할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