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법원이 법적으로 무슬림으로 등록됐던 한 기독교인 여성의 종교를 기독교로 정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 이하 ADF)은 "이번 결정은 종교의 자유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라크를 비롯한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국민의 종교가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되며, 이는 결혼과 상속, 가족관계, 교육 등 다양한 법적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식적으로 무슬림으로 등록된 사람은 종교와 관계없이 이슬람 개인신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종교 등록은 자녀에게도 그대로 승계된다.

기독교인들은 이 때문에 자녀를 무슬림으로 등록하거나, 아예 공식 등록을 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가 있다. 등록되지 않은 자녀는 공교육이나 정부 복지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마리암'(가명)은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가 무슬림과 재혼하면서 법적으로 무슬림으로 등록됐다.

성인이 된 마리암은 지난해 1월 자신의 공식 종교를 기독교로 정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5월 하급심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이라크 대법원이 해당 판결을 확정하면서, 마리암은 정부가 발급하는 공식 신분서류에 자신의 실제 신앙을 기독교로 표시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성년자인 마리암의 자매들은 여전히 법적으로 무슬림으로 등록돼 있지만, 성년이 되면 같은 절차를 통해 종교 정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DF의 수석 변호사이자 글로벌 종교 자유 옹호 책임자인 켈시 조르지(Kelsey Zorzi)는 "이라크 대법원이 마리암의 기독교 신앙을 공식 문서에 정확히 반영할 자유를 인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라크와 중동 전역에서 정부가 개인에게 원하지 않는 종교를 강요할 경우, 종교적 소수자들은 실제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과 상속, 장례, 교육 등 삶의 중요한 영역이 종교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국가가 아닌 개인이 자신의 신앙을 선택하고 이를 인정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이라크에서 종교 등록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적 소수자들에게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부가 공식 문서에 기재된 종교를 개인의 실제 신앙에 맞게 변경할 수 있음을 최고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동 지역의 종교 자유 확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