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법원이 올해 임기에서 헌법과 사회적 논쟁의 최전선에 놓인 다섯 가지 굵직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수개월 내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민 정책·종교 자유·성별 정체성·시민권 제도 등 미국 사회의 핵심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먼저 출생 시민권 제한 여부와 관련해 헌법 수정 제14조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쟁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효를 예고한 행정명령은 불법 이민자의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지방법원이 효력을 차단했으며, 대법원은 '트럼프 대 바바라'(Trump v. Barbara) 사건을 통해 수정헌법 14조의 시민권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지 결정하게 된다. 1898년 웡 킴 아크(Wong Kim Ark) 판례도 다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두 번째는 콜로라도 전환 치료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다룬 '카일리 차일스 대 살라자르'(Kaley Chiles v. Salazar)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는 미성년자 전환 치료를 금지한 콜로라도 주법이 상담사의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 권리를 침해하는지를 다룬다. 항소법원은 해당 법을 지지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구두 변론을 진행하며 최종 판단을 준비 중이다. 현재 23개 주와 워싱턴 D.C.가 유사한 법을 시행하고 있어 전국적인 파급력이 크다.
세 번째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스포츠 출전 금지 여부다. 아이다호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각각 제정된 여성 스포츠 보호법은 트랜스젠더로 정체성을 밝힌 남성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헤콕스 대 리틀'(Hecox v. Little) 사건과 '웨스트버지니아 대 B.P.J.'(West Virginia v. B.P.J.) 사건은 성별 규정과 스포츠 공정성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여준다. 대법원은 두 사건을 연달아 심리했으며, 연방 법무부는 주 법률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네 번째는 뉴저지 법무장관이 임신 관리 센터에 소환장을 발부해 기부자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된 '퍼스트 초이스 대 플랫킨'(First Choice v. Platkin)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는 매슈 플랫킨 뉴저지 법무장관이 생명 존중 임신 관리 센터에 기부자 명단과 기록 제출을 강제로 요구한 것이 위헌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센터 측은 소환장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위헌적이라고 주장했지만, 하급심과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구두 변론을 청취하며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은 라스타파리안 수감자의 강제 면도와 관련된 종교 자유 및 손해배상 문제를 다룬 '랜도르 대 루이지애나 교정국'(Landor v. Louisiana DOC) 사건이다. 이 사건은 라스타파리안 신념을 가진 수감자가 강제로 머리를 깎인 사건을 둘러싼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다룬다. 쟁점은 종교 토지 이용 및 기관 수용자법(RLUIPA)이 개인적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는지 여부다. 원고 측은 개인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 측은 의회의 권한을 초과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다섯 사건은 미국 사회의 갈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며, 판결 결과에 따라 이민 정책·청소년 상담·여성 스포츠 규정·종교 자유 보장 등 다양한 분야의 법적 지형이 바뀔 수 있다. 대법원의 결정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미국 사회의 가치와 방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