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Photo : )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올해 마지막 토요일, 늘 다니던 동네 이발소를 찾았습니다. 머리카락을 손질하시던 집사님은 그동안 짓물러 아팠던 손바닥 사진을 보여주시고, 이제 다 회복된 모습도 보여주셨습니다. 얼마 전 고무장갑을 끼고 이발하시던 집사님의 앓던 손바닥을 생각하니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수의 성도가 고통스러운 것은 숨기다가 치료된 후에 아픔을 고백하시는 것을 생각하면, 목회자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않으려는 고운 마음씨에 감동하게 됩니다.

종종 사람 스스로 감당할 수 없고 이웃이 돕기에 힘든 일이더라도, 하나님은 사람보다 능력이 많으시고 문제를 해결하시기에 능하신 분입니다. 2026년 병오년을 여는 우리 한인 이민자들도 자비롭고 능력이 많으신 하나님, “우리 짐을 지시는 하나님” 만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6년에도 지난 2025년의 고통을 이어가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민자의 다수가 깊은 고통, 강력한 스트레스, 병마와 육신의 연약함, 해결하기 힘든 상황 그리고 신음하는 가정과 사업을 가지고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쑥과 담즙 같은 고초와 재난이 있더라도, 성경은 우리에게 소망이 있다고 확언합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나라가 망한 상황 속에서,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히 무궁”하시고 또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함이 크시다”라고 고백합니다(애 3:22-23). 하나님은 “많은 물”과 “홍수 때에 좌정하신 하나님”(시 29:3, 10)입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이 당한 풍파를 잠재우시며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요 6:20) 말씀하십니다.

청년 다윗도 혜성처럼 역사에 등장하지만, 왕이 될 때까지 많은 고통을 당했습니다. 장인에게 버림받고 추적당하며, 동굴과 광야를 전전하고, 결국 타국의 왕에게 몸을 의지하려다가 미친 척하고, 국외에서 모든 가족과 재산을 잃었다가 찾으며, 왕이 된 이후에도 자식과 백성의 반역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고생과 절박한 위기에서 그가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곧 “날마다 짐을 지시는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시편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날마다 우리 짐을 지시는 주 곧 우리의 구원이신 하나님을 찬송할지로다”(시 68:19).

우리의 짐을 지시는 하나님은 무엇보다도 고아의 아버지이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십니다(시 68:5). 그 하나님은 고독한 자들을 회복시켜 가족과 함께 살도록 하시며, 갇힌 자들을 이끄심으로 형통하게 하시는 분, 곧 사회적 약자를 회복시키는 분이십니다(68:6).

우리의 짐을 지심으로 우리를 회복시키는 하나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기업을 부요하게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흡족한 비를 보내사 우리의 기업이 곤란할 때 그것을 견고하게 하시고, 회중을 그 나라 가운데 살게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68:9-10).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의 기업을 회복시켜 주의 은택으로 채우십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짐을 지시는 하나님은 원수와 대적을 물리치시는 왕이십니다. 그는 바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시온산을 공격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이방의 영적인 공격을 물리치시는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입니다(68:15-17). 바산(Bashan)은 지금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입니다. 전통적으로 그곳은 아낙 자손과 유사한 네피림으로 여겨지는 르바임(Rephaim) 거인, 바산 왕 옥(Og)의 통치 영역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군사적 영역의 승리를 가져오시는 분일 뿐 아니라 영적 전투에서 우리를 구하시고 승리하시는 영광의 왕이십니다.

다윗의 계시가 보여준 “우리 짐을 지시는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받습니다. 우리의 2026년은 아무리 ‘고난의 적토마’가 무섭게 달릴지라도,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이 삶의 고삐를 잡으시고 평안의 안식처와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신다’라는 소망을 가집니다. 우리의 구주 예수께서 올해도 우리와 멍에를 같이 지시고, 성령께서 우리를 가리켜 담장을 넘게 하십니다.

이 비상한 때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마음의 준비를 하면 좋겠습니다. 첫째, 우리는 고난을 돌파할 수 있는 “영적 상상력”(spiritual imagination)을 우리의 심령에 장착해야 합니다. 영적 상상력은 어두운 현실에 매이지 않고 흑암의 구름을 뚫고 비상하게 만드는 영혼의 엔진입니다. 그 엔진은 죄와 낙심의 중력을 이기고 우리를 영적 궤도에 올려놓는 믿음의 실제적 사용입니다. 다윗이 말씀으로 영혼의 건강을 누리고, 비열한 인간 군상 속에서도 너그러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영적 장애물을 날마다 극복하며 전진합시다.

둘째, 병오년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긍정적 발상”(positive attitude)으로 살기를 기원합니다. 이것은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입니다. 이는 감사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행위입니다. 바울은 이미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동시에 바울은 이를 행함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라 하였습니다(살전 5:16-18). 하루야마 시게오라는 동서양 의학을 동시에 공부한 의사는 『뇌내 혁명』이라는 책 속에서 “플러스 발상”을 제안합니다. 그는 긍정적인 생각이 ‘베타-엔돌핀’이라는 강한 뇌내 모르핀을 분비하여, 영육의 건강을 유지 시킨다고 주장 했습니다.

셋째,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026에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의 통로”(love bridge)가 되어 살아갑시다. 우리 하나님은 사랑의 원천입니다. 우리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 짐을 지시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도 이 사랑을 전달하여, 사랑의 파이프라인, 곧 사랑의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날마다 우리가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랑을 표출해야 합니다. 격려의 말, 위로의 말, 치유의 말과 함께, 작은 도움과 정성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2026년 우리 시간의 상자를 사랑의 열매로 가득 채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