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1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는 정치범수용소 즉각 폐쇄, 고문 중단, 강제노동 철폐, 해외 파견 노동자 착취 근절, 탈북민 강제송환 금지 등 북한 인권 문제 전반이 담겼으며, 일부 행위는 반인도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번 결의안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40여 개국이 공동제안했다. 제3위원회는 그동안 매년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해 왔지만, 올해 결의안은 "북한 정권이 인권 침해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까지 적시하며 수위를 상당히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를 12개 항목으로 구체적으로 열거했으며, 여기에는 △고문, 공개처형, 즉결처형 등 잔혹행위 △성폭력 및 성별 기반 폭력, 강제 낙태 △아동·장애인·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 △강제노동 및 해외 파견 노동자의 수익 국고 귀속 △표현·사상·종교의 자유 전면 통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처벌 강화 법률 비판 △국경 단속과 제재로 악화한 식량난·보건위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결의안은 특히 광범위한 구금시설 운영과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지적하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폐쇄"를 요구했다. 또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이 고문과 처형으로 이어진다"며, 모든 회원국에 국제법상 비송환 원칙 준수를 촉구했다. 이는 중국의 집단 송환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 도피한 자국민·망명자를 겨냥한 초국가적 탄압을 벌이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의안은 일본인 납치 문제,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 및 그 후손 문제, 외국인 억류자 문제를 별도로 다루며, 북한에 "즉각적인 진상 규명과 송환"을 촉구했다. 이는 일본과 한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을 결의안에 강하게 반영한 것이다.

이어 여성 대상 폭력, 강제 낙태, 대규모 인신매매, 장애인에 대한 강제 분리·차별, 의학적 실험 의혹, 아동의 과도한 처벌·시설 수용 문제 등 여성·아동·장애인 인권도 다뤘다.

결의안은 북한 정부가 군사비와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과도한 자원을 투입하며, 그 상당 부분이 강제노동 및 인권침해적 통제 체계를 통해 창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결의안에서 안보 문제와 인권 문제를 직접 연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유엔은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가능성을 제기하고, 안보리가 관련 제재 확대를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서울에 있는 유엔인권사무소(OHCHR) 현장기구의 역할 강화를 요청하며, 인권 침해 증거를 보존하기 위한 중앙 증거 저장소 구축을 지지했다.

결의안은 "북한의 국경 봉쇄와 외국 인도요원 철수 조치가 식량난과 보건 위기를 악화시켰다"며 "북한이 국제기구(WFP, WHO, UNICEF 등)의 인도요원과 외교관의 복귀를 허용해야 한다"고 전면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북한은 매년 유엔 결의안을 "주권 침해"라고 반발해 왔으며, 이번 결의안에 포함된 △북한의 인권침해 기반 자금 흐름 △핵·미사일 프로그램 연계 △ICC 회부 가능성 △정치범수용소 폐쇄 요구 등에 특히 강한 반발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3위원회에서 종합 논의된 이 결의안은 연말 유엔총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최근에는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북중러의 결의안 반대 기조가 강화되면서 표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 2008∼2018년 북한 인권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으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19∼2021년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불참했었다. 이번에는 40개 공동제안국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해 이번 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