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배를 마치고 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다 보면 "목사님, 오늘 말씀에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라는 인사를 자주 듣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따뜻한 말입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 "은혜 받았습니다"라는 말, 그 의미를 정말 알고 있을까요? 혹시 단지 마음이 감동을 받았다는 뜻으로만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요?
오늘날 우리는 '은혜 받았다'는 말을 '큰 감동을 받았다'는 뜻으로 쉽게 씁니다. 수련회에서 눈물로 기도하거나 예배 중 마음이 뜨거워질 때 "은혜 받았다"고 말하지만, 그 감정이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성경이 말하는 은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은혜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은혜를 받은 사람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은혜는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새롭게 하는 하나님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셨으니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그분을 위해 산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바울이 말한 '은혜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믿음으로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그분을 위해 사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은혜 받았습니다"라는 고백은 "오늘 말씀을 통해 내 믿음이 새로워졌습니다. 이제 주님을 위해 살겠습니다"라는 믿음의 선언이 되어야 합니다.
은혜는 감정의 순간이 아니라 믿음의 방향 전환이며, 자기 중심에서 그리스도 중심으로 바뀌는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은혜는 한 번으로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날마다 흔들리고 식어가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새 은혜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새롭게 하시기 위해 말씀과 성례, 그리고 기도의 은혜의 방편을 주셨습니다. 말씀을 통해 성령께서 우리가 진정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시고, 성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은혜가 실제임을 확인하게 하시며, 기도 가운데 그 은혜를 붙잡게 하십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은혜가 여러분의 믿음을 새롭게 하시고, 그 새 믿음이 여러분의 삶을 변화시키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