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메니아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 총리가 최근 열린 아르메니아 최초의 전국 조찬기도회에서 성경을 암송해 미국과 영국의 복음주의 지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정부가 국교회 고위 성직자들을 잇따라 체포한 문제로 인권단체들의 비판도 커지면서, 이번 행사는 종교·정치적 긴장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 속에서 2018년 집권한 파시냔 총리는 이번 조찬기도회에서 "올해는 1991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평화가 확립된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백악관에서 아제르바이잔과 체결한 평화 협정과 양해각서를 언급하며 "이 시기가 영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중 시편 32편 1절을 낭송했고, 마지막에는 시편 29편 전체를 아르메니아어로 낭송했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스카이라인교회 전 담임목사이자 작가인 짐 갈로우(Jim Garlow) 목사는 "지난 몇 년간 13명의 국가 원수와 함께했지만 성경 한 장 전체를 암기해 인용하는 국가 원수는 처음"이라며 칭찬했다. 영국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세계기독연대(CSW)의 머빈 토마스(Mervin Thomas) 회장도 파시냔을 "영감을 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행사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예지디, 아시리아 공동체 지도자들과 WEA 사무총장 보트루스 만수르 목사, 아르메니아 성공회 지도자, 아르메니아 가톨릭 주교 등 300명 이상의 국내외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틀간 수도 예레반에서 열렸다. 아르메니아 대통령 바하그른 하차투리안도 첫날 함께했으며,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위원장과 부위원장도 참석했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를 "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사회가 기획한 영적 이니셔티브"라고 설명하며 화해·협력·대화의 목적을 강조했다.
하지만 파시냔 총리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지도자들 간의 긴장은 올해 들어 더욱 고조됐다. 9월에는 미카엘 아자파얀(Mikael Ajapahyan) 대주교가 정부 전복 선동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았고, 6월에는 바그라트 갈스타냔(Bagrat Galstanyan) 대주교가 반정부 운동을 이끌다 체포됐다. 10월에는 므크르티치 프로샨(Mkrtich Proshyan) 주교와 성직자 12명이 공공집회 강요 및 선거권 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기독연대(CSI)는 아르메니아 정부가 수감된 4명의 지도자와 20명의 교회 지지자 면회를 차단했다고 비판하며 이들을 '정치범'으로 규정했다. CSI 관계자 조엘 벨드캄프(Joel Veldkamp)는 "사건이 위조된 증거에 의존했다"며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지적했다.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지도자 카레킨 2세(Karekin II)는 지난 5월 26~28일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아르자흐(나고르노-카라바흐) 침공으로 발생한 12만 명 난민 문제 해결과 억류된 아르메니아인의 석방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시냔 총리는 행사 다음 날 정부 회의에서 "교회가 쓰레기장으로 변했다"며 성직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갈등을 심화시켰다. 반대자들은 그가 2023년 바쿠의 군사 인수 당시 아르자흐를 버렸고, 이로 인해 12만 명의 주민이 실향민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8월 8일 체결된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 협정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터키·아제르바이잔 측 요구에 대한 '항복'이라고 주장했다.
존 아이브너(John Eibner) CSI 회장은 "국교회인 아르메니아 사도교회가 조찬기도회에 불참한 것은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아시프 마흐무드(Asif Mahmood) USCIRF 부위원장은 성직자 체포를 종교 자유 침해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교회가 정치적 선동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아르메니아 민주주의의 핵심 무기"라며 "교회와 정부 모두 균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