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주민의 고통, 인류 양심에 대한 질문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면, 둘 다 잃는다"
'그들을 자유케 하라(Let Them Be Free)'를 주제로 한 2025 서울북한인권세계대회가 22일 서울에서 개막했다. 이번 대회는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NCNKHR)와 미국 휴먼라이츠파운데이션(HRF)이 공동 주최하는,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열린 국제 규모의 북한 인권 컨퍼런스다. 세계 30여 개국의 탈북민 디아스포라 대표들과 인권 전문가,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여해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회복을 위한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행사는 24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국제포럼·콘서트·전시회·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특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북한 내부 인권침해관 ▲역사·국제관 ▲탈북·구출관 ▲인권·추모관 등 네 가지 주제의 전시 부스가 운영되고, 북한 지하교인이 옥수수대로 만든 종이에 필사한 성경 사본과 장길수 가족의 탈북 과정이 담긴 사진 및 그림이 공개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수잔 숄티(디펜스포럼재단 회장), 니콜라스 에버슈타트(기업연구소 석좌), 니콜라이 슈프레켈스(SARAM 대표), 송상현 제2대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티모시 조(영국 의회 북한그룹 사무국장), 마이클 비른(칼럼니스트) 등이 연사로 나선다. 북한 인권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가 북한 내부의 인권 침해 현실을 국제사회에 다시금 부각시키며, 민간 중심의 국제연대가 북한 인권 개선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대회장 선광주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상임대표.
22일 오전 10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전한 대회장 손광주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북한 인권 문제는 30년 넘게 인류사회의 중심 의제로 자리해 왔다"며 "이번 대회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 위에서 인간으로서 양보할 수 없는 기본권이 한반도 북쪽 땅에서도 조속히 실현되기를 염원하는 인류 공동의 약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인권 보장의 가장 기본적 토대는 자유다. 자유보다 물질적 평등을 앞세우면 자유도 평등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전 세계의 공감대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류의 연대와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곽영훈 UN한국협회 회장은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인류가 기후위기와 기술문명 전환기에 놓인 지금,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21세기적 과제로 삼아 전 세계인의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창호 조직위원장(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은 "한국에 정착한 3만 4천여 탈북민이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는 9개국 76개 단체가 연합한 민간 주도의 최대 규모 인권 컨퍼런스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자유통일을 향한 실질적 국제연대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명예대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북한 주민의 고통은 국경 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양심과 책임에 대한 질문"이라며 "신앙과 양심으로 같은 민족의 고통에 응답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30여 개국의 탈북민 디아스포라 대표들과 인권 전문가,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한 외신 기자단.
한편 대표자들은 이번 서울대회를 계기로 '전 세계 탈북민디아스포라협의회'를 공식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의회는 ▲정치범수용소 해체 캠페인 ▲강제실종자 기록·증언운동 ▲탈북민 청년세대의 국제활동 지원을 장기 과제로 추진하며, 매년 다른 나라에서 탈북민 포럼을 공동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대회 기간 중에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및 강제북송 피해자 120여 명의 사진과 신원 정보가 공개된다. 대표단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해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인권 중심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할 예정이다.
대회 마지막 날인 24일, 참석자 전원은 '서울 컨센서스(Seoul Consensus)'에 서명한다. 이 선언문은 "북한 주민이 더 이상 고립된 노예로 살아가지 않도록 행동하고, 탈북민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며, 국제연대를 강화할 것"을 다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일성 일가의 3대 세습 독재와 맹목적 숭배를 형상화한 작품이 개회식 현장에 전시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