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말은 한국 교회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외침 중 하나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초대교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들은 어떤 도시에서 살았고,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사회적 위치에서 신앙을 지켜냈을까? <초기 교회, 그들이 살았던 세상>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풍부한 역사·고고학 자료와 1세기 문헌을 토대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라 불렸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실제 삶을 입체적으로 복원한 사회사적 탐구서다. 저자는 교리나 신학 형성의 역사를 넘어,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에 주목하며, 신앙의 현실성과 인간의 일상을 동시에 그려낸다.
1세기의 도시, 시장, 가정, 그리고 신앙
책은 총 140개의 주제를 통해 당시 로마 제국의 사회를 세밀하게 조명한다. 야고보서가 언급한 갈릴리 시골 공동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초기 교회는 도시에 있었다. 에베소, 고린도, 안디옥, 폼페이, 오스티아 등은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의 무대이자,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이 펼쳐졌던 장소였다. 저자는 이 도시들을 직접 걸으며 남겨진 유적과 문헌을 대조하고, 그 속에서 신앙이 뿌리내린 구체적 환경을 복원한다.
1장은 도시의 역동성과 계층 이동을, 2장은 주거 공간의 실제 구조를 다룬다. 흔히 알려진 "귀족은 호화 빌라에, 서민은 좁은 아파트에"라는 이분법적 통념을 깨며, 폼페이와 오스티아, 고린도의 주택 유적을 통해 보다 복합적인 현실을 제시한다.
3장과 4장에서는 농사로 생계를 유지한 제국 인구의 80퍼센트, 그리고 '빵과 서커스'로 대표되는 로마의 오락 문화가 교회와 신앙생활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가난한 노동자와 노예, 이주민, 상인들이 매일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바울이 '수고함으로 자족하라'(살전 4:11)고 한 말의 실제 의미가 드러난다.
노예와 자유민, 가정과 결혼 - 믿음은 일상의 한복판에서
로마 제국 인구의 16~20퍼센트가 노예였던 시대, 교회는 그 경계를 넘는 새로운 공동체로 존재했다. 5장에서는 "노예냐, 자유민이냐"라는 질문이 인생의 전부였던 사회에서, 복음이 어떻게 그 구분을 무너뜨렸는지를 보여준다.
노예는 재산을 소유할 수도,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도 없었지만, 바울은 그런 이들에게 "너희는 값으로 산 자"(고전 7:23)라고 선포했다. 저자는 로마서 16장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분석하며, 초기 교회 구성원의 약 3분의 1이 노예 혹은 그 후손이었음을 밝혀낸다. 교회는 사회적 신분의 벽을 넘어선 유일한 공동체였던 셈이다.
6장에서는 결혼과 가정생활의 실제 모습을 다룬다. 결혼은 국가나 종교가 관여하지 않는 개인의 합의로 이루어졌고, 사제의 집례도 없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을 통해 창조 질서를 회복하려 했다. 신앙은 단지 예배당에서만 존재하지 않았고, 식탁과 가정의 자리에서 구현되었다.
'팍스 로마나' 속 '팍스 데코룸' - 신앙과 제국의 충돌
후반부로 갈수록 책은 초기 교회의 신앙이 왜 제국의 종교 체계와 충돌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8장은 '신앙의 슈퍼마켓'이라 불리는 로마의 다신교 문화를 다루며, 제국이 신과의 화평(pax decorum)을 위해 모든 시민에게 제사를 요구했던 현실을 설명한다.
재난이 닥치면 "신의 질서를 어긴 탓"이라 여겼던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예배는 곧 '신성모독'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바로 그 긴장과 박해의 한복판에서, 교회는 복음의 빛을 더욱 선명히 드러냈다.
'초대교회로 돌아간다'는 말의 진짜 의미
<초기 교회, 그들이 살았던 세상>은 단순히 고대의 풍경을 재현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오늘의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 초대교회를 이해하고 있는가?"
교회를 낭만적으로 이상화하기보다, 그들이 몸으로 살아낸 신앙의 현실-빈곤, 계급, 박해, 도시의 소음 속에서 드린 예배를 직시할 때, 신약성경의 말씀은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교회사나 신학의 관념적 접근을 넘어, '삶의 현장 속 신앙'을 회복하게 한다. 1세기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믿음을 지켰는지를 아는 것은, 오늘의 교회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신앙과 역사, 성경과 삶을 잇는 다리
<초기 교회, 그들이 살았던 세상>은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가독성을 함께 갖춘 드문 책이다. 신약성경의 시대적 배경을 알고 싶은 신학생과 설교자, 역사 속에서 복음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싶은 일반 성도 모두에게 유익하다. 도시와 경제, 사회계층, 예배와 신앙의 상호작용을 폭넓게 다루며, "성경을 문화와 역사 속에서 읽는 법"을 가르쳐 준다.
2,000년의 거리를 넘어, 오늘의 교회를 다시 비추는 거울
<초기 교회, 그들이 살았던 세상>은 그리스도인이 말하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지식이 아닌 이해의 자리, 추상적 이상이 아닌 삶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