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후계자로 주목받는 가운데, 미국 비정부기구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김 위원장에게 아들이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HRNK는 23일 발표한 '마지막 후계자? 김주애와 북한의 권력승계' 보고서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아들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자유아시아방송 박재우 기자는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과의 인터뷰를 언급했다. 로드먼은 2013년 방북 당시 김주애를 만난 사실을 인정했지만, 당시 주변에서 아들을 본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있었지만 어린 남자 아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HRNK는 이 증언이 다른 외국 인사들의 증언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만약 김 위원장에게 아들이 없다면, 김주애가 첫째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후계자로 지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어린 아들의 존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를 확인할 구체적 정보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경우, 김씨 성을 잇지 않는 백두혈통 지도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한 권력 구조에서 사촌 결혼이나 혈통 조작은 현실성이 낮다는 점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장남 승계를 중시했으나, 김정은이 형제들보다 먼저 후계자가 되면서 기존 관례는 이미 흔들린 상태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아들을 두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 김 위원장이 2010년생 아들과 2013년생 딸 김주애, 성별이 알려지지 않은 셋째 자녀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HRNK는 리설주의 공개 활동 일정을 근거로 2010년 아들 출산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리설주는 공연 무대에 꾸준히 등장해 임신이나 출산 직후 활동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결혼 시점에 대한 이견도 있다. 국정원은 김정은과 리설주가 2009년에 결혼했다고 밝혔으나, 일부 탈북자는 당시 리설주가 대학생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분석은 2011년 결혼설을 제기하며, 이 시기 리설주가 무대에서 사라진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김정은과 가까운 외국인들도 아들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스위스 유학 시절 동창 조아오 미카엘로는 2012년과 2013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은으로부터 "딸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로드먼 역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다섯 차례 방북했으나 아들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김주애는 2022년 11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서 처음 대외에 공개됐다. 이후 군사행사와 외교 무대에 동행하며 후계자 가능성을 시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성 지도자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 내부 규정에는 여성 지도자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으며, 권력 승계 여부는 김정은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주애의 등장은 권력 승계 고려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의 사례에서 보듯, 여성 지도자라고 해서 권력 행사가 온건해질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김주애를 내세운 전략이 북한 젊은 세대, 이른바 '장마당 세대'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결론지었다. 이 세대는 시장 활동을 통해 성장했으며 체제 충성도가 약하다는 특징이 있어, 지도자 이미지 변화를 통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