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끝내 발부됐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손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를 지난 8일 부산지법이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 끝에 영장을 발부했다.
부산지법 영장 판사는 영장을 발부한 사유에 "도주의 염려가 있다"라고 적었다. 금품 수수나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은 파렴치범도 아니고 교회에서 교육감 후보와 대담을 나눈 것을 가지고 수천 성도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대형교회 담임 목사가 어디로 도망간다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된다.
유례없는 현직 목회자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온 교계가 충격에 빠졌다. 고신 총회는 9일 긴급 임원회를 열고 "손현보 목사의 구속은 정치적 사건으로 단순히 목사 개인을 넘어, 고신 교회 전체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도 같은 날 "이번 사태는 비단 손현보 목사 한 개인에 대한 모독의 처사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와 모든 기독교인에게 던져진 도전이며, 한국사회의 전체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손 목사는 지난 3월, 부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당시 부산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정승윤 후보를 교회 강단에 세워 대담을 진행한 걸 사전 선거운동으로 봤다. 지난 5월엔 부산경찰청 소속 형사들이 손 목사가 시무하고 세계로교회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인 일이 크게 논란이 됐다.
손 목사에 대한 법원의 사전 구속영장 발부는 예상치 못했으나 앞서 경찰이 세계로교회에 들어가 압수수색을 벌일 때부터 조짐이 있었다. 교회 목회자에게 설령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더라도 공권력이 교회 성역에 마음대로 들어와 압수수색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후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해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현실로 돌아온 거다.
지금까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압수수색이나 구속한 사례는 금품을 주고 받거나 '드루킹' 사건처럼 여론을 조작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한 경우에만 적용됐다. 그런데 손 목사는 이와 전혀 상관이 없을 뿐더러 경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해 검찰이나 법원이 구속해야 할 하등의 사유가 없다.
손 목사에게 씌운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부산 교육감 보선에 출마한 보수 후보를 교인들에게 소개하고 대담하는 내용을 교회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특정 후보에 대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과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 힘 후보를 지지했다는 게 다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정황이고 혐의일 뿐 재판 결과 범죄로 인정된 게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위험한 중범죄자 취급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만일 현 정부의 반대편에 선 것 때문이라면 '정치보복'이란 표현 외에 다른 말로 설명이 안 된다.
손 목사는 누구보다 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에 앞장서온 목회자다. 이는 복음의 본질을 수호하는 차원이지 정치 활동이 아니다. 보수 교육감 후보를 예배시간에 성도들 앞에 소개한 것이나 대선에서 보수 후보를 지지한 것도 성경의 진리를 수호하기 위함이지 개인 정치를 하려던 게 아닌 거다. 그런 게 문제가 된다면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모두 정치 활동에 해당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나 영장 실질 심사에서 이를 받아들인 법원이나 상식적이라 할 수 없다. 선거운동을 했다는 모든 증거가 영상으로 녹화돼 있고 그동안 경찰 수사에도 성실히 임해왔는데 무슨 증거를 더 인멸하고, 거주가 일정하고 수천 명의 성도를 목회하는 성직자에게 "도망갈 우려"라는 꼬리표까지 붙인 건 작정하고 욕을 보인 게 아닌가.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엔 '불구속 수사'라는 대원칙이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및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제한에 대한 과잉 금지 원칙에 따라 수사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또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검사와 판사는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고, 이미 모든 증거 자료가 제출돼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현직 교회 담임목사를 전격 구속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이러고도 법을 수호하는 검사, 판사라고 자위할 수 있나.
그간 공권력이 손 목사에게 한 위력 행사를 보면 과도한 법 집행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경찰이 예배당 안에까지 들어와 교회 각종 문서와 핸드폰 등을 압수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에도 피의자가 교회 안으로 도피하면 경찰이 성역을 이유로 교회 안에 들어와 검거할 엄두를 못 냈는데 압수수색에 이어 목회자 구속까지 이 나라 공권력의 성역 파괴 행위가 이미 금도를 넘었다.
교계는 일련의 일들이 손 목사에 대한 공권력의 과잉 법 집행을 넘어 한국교회에 '본때 보여주기'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0,27 광화문 한국교회기도회를 비롯해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주관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한국교회 인사들을 좌파 진영이 '극우 내란' 프레임으로 낙인찍으려 작정한다는 거다. 야권 또한 검찰과 사법부가 소위 '개딸'들의 공격을 의식해 법리에 맞지 않는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행태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런 일들은 권력을 쥐면 모든 걸 다할 수 있고, 다해도 된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이란 그걸 위임한 국민에 의해 언제든 회수될 수 있는 허무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다르다. 2000년 역사에 그 어떤 전제 군주에게 짓밟히고, 불에 태워져도 살아남아 끝까지 불의에 저항한 게 기독교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