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에서의 고단함과 갈등, 사람들과의 마찰,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크리스천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단순히 직장을 '버티는 곳'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명이 펼쳐지는 장(場)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절실해진 지금, 한 권의 책이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바로 크리스천 직장인을 위한 신앙 지침서 <일품성도>다.
<일품성도.는 제목 그대로 '일터를 품는 그리스도인'을 뜻한다. 한 사람의 성도가 마음속에 '일'과 '일터'를 품을 뿐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품고자 할 때, 그는 비로소 '일품'처럼 훌륭한 그리스도인으로 빚어진다. 저자는 이미 2018년 출간한 <일터행전>을 통해 직장에서 신앙을 살아낸 간증을 전한 바 있다. 이번 후속작에서는 더 나아가, 신약성경의 서신서들처럼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신앙 지침들을 세심히 풀어낸다.
일터는 사역의 현장이다
저자는 40여 년간 대한항공 임원, 계열사 대표, 대학교수 등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일터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가장 실천적인 사명의 현장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과 일터를 품지 못한 채 살아간다. 적성에 맞지 않거나 인간관계에 지친 나머지 일터를 싫어하거나 회피하기 쉽다. 특히 크리스천이라면 이런 갈등이 더욱 복합적이다. 신앙을 지키며 세상의 방식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일터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품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일은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을 일이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소명이다." 저자는 성경 말씀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해 주께 하듯 하라'(골로새서 3:23)를 인용하며, '월급쟁이'가 아닌 '소명쟁이'로서의 태도를 강조한다. 일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는 인식은 직장생활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인간관계, 가장 힘들지만 가장 거룩한 도전
<일품성도>는 특히 일터에서의 '관계' 문제를 깊이 다룬다. 상사의 권위주의, 부하의 무례함, 고객의 갑질 등 다양한 대인 갈등 상황 속에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명령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저자는 이 명령이 단지 미래 천국에서만 가능한 이상적인 윤리가 아님을 강조한다. 오히려, 이 땅에서 고통과 오해를 감수하면서도 실천할 때, 일품성도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일터의 업무 문제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생겼을 때, 일터의 신우회에서 나누는 기도는 더 절실하다." 저자는 일터 공동체 안에서의 기도와 지지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같은 직장 문화와 맥락을 공유하는 지체들과 함께하는 신우회의 기도는 크리스천 직장인의 지친 영혼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부부, 그리고 일터 영혼을 품는 전도
책 속의 한 장면은 특별하다. 저자는 부부가 함께하는 '브런치 사역'을 통해 일터의 사람들과 복음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실천을 소개한다. 직원들과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부부가 함께 품고 섬기는 전도 방식은 단순한 전략을 넘어, 일터 전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복음은 개인의 신앙 안에 머무르지 않고, 가정과 공동체, 그리고 일터 전체로 흘러가야 함을 실천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소명과 경력, 삶의 후반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일과 일터를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만 보는 이들은 경력(Career)을 쌓는 데만 집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곧 하나님의 부르심(Calling)임을 깨닫는 순간, 일터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특히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들며 흔들리는 '무적(無敵), 무기력(無氣力), 무관심(無關心)'이라는 세 가지 증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진정한 일품성도는 마지막까지 깨어서, 경성하며, 자신의 후반전을 믿음으로 견지한다.
교회 밖에서 빛나는 신앙의 실천
<일품성도>는 단순히 신앙적인 감정을 고조시키는 책이 아니다. 교회 밖,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 퇴근까지의 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신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도 깊이 있는 안내서다.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통합하는 삶'이라는 주제는 오늘날 수많은 크리스천 직장인들이 공감하고 목말라 하는 화두다.
이 책은 일터라는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삶 전체가 예배가 되는 길을 제시한다. 그것은 단지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넘어, '일품'처럼 탁월하고 향기로운 성도가 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