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가 일상이 된 시대. "더 높이, 더 앞서가라"는 사회적 주문은 이제 의심할 여지 없는 성공의 표준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런 열망은 어디로 우리를 데려가고 있는가?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가 그의 신작 <야망의 대가>에서 이 물음에 깊이 있는 신학적, 윤리적 응답을 내놓는다. <배제와 포용>으로 잘 알려진 그는 이번 책에서 "남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 열망, 즉 '우월성 추구의 야망'이 어떻게 현대인을 병들게 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진단한다.
야망의 뿌리를 추적하다
<야망의 대가>는 단순히 인간의 성공 욕구를 비판하거나 무조건적인 겸손을 요구하는 책이 아니다. 볼프는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시인 존 밀턴, 그리고 신학자 사도 바울의 사상 속으로 독자를 안내하며, 역사 속에서 야망이 어떻게 인간 내면을 형성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이 여정은 독자들이 우월함을 추구할 때, 그 끝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자기 실현이 아니라 '소진된 자아'임을 밝힌다.
책의 중심 주제는 단순하다. '타인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욕망'이 과연 건강한 열망인가? 그리스도인인 종종 그 욕망을 '성취'로 착각하지만, 실상 그것은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에서 비롯된 불안의 산물이다. 볼프는 각자가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고, 타인의 인정에 목마른 이유를 신학적 언어로 해석하며,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를 드러낸다.
현대 사회의 불안, 야망이라는 질병
볼프는 예일대학교 졸업식장의 장면을 서문에서 회상하며, 그곳에 서 있는 젊은 엘리트들이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에 주목한다. "과연 내가 남들보다 더 나은 존재인가?"라는 질문은 성공의 절정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와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이 비교의 굴레를 더욱 심화시켜, 인간을 불안과 고립의 감옥에 가둔다.
이 책은 이러한 야망이 개인의 자아, 관계, 신앙까지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타인보다 앞서가고자 하는 경쟁은 결국 모든 것을 '수단화'시킨다. 가족, 친구, 심지어 신앙생활마저도 '성취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볼프는 이런 삶이 궁극적으로 공허함과 소외를 남기며, 그리스도인들을 진정한 자유와 탁월함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경고한다.
사도 바울과 고대 이야기 속에 숨겨진 해답
볼프는 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도 바울의 가르침, 고대 로마 시대의 문화, 그리고 구약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월성 추구를 넘어서 진정한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고린도전서, 로마서, 빌립보서 등 바울의 서신들은 우리가 남보다 나아지기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섬기는 관계 안에서 살아가도록 도전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자기 성취가 아니라, '은혜로 말미암은 탁월함(excellence)'을 향한 여정임을 강조하는 볼프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탁월함은 은혜에서 비롯된 자기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할 때만이 비로소 건강하게 꽃필 수 있다.
고대 건축물에 새겨진 인간의 욕망
책의 첫 장에서 볼프는 6세기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와 귀족 여성 율리아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과 성 폴리에욱토스 교회를 통해 서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자 했다. 그들의 건축 경쟁은 단순한 예술적 성취를 넘어, 신앙조차 도구화된 우월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볼프는 이를 통해, 오늘날에도 그리스도인의 신앙이나 선한 행동이 결국 타인과의 비교 안에서 자아도취로 빠지기 쉬운 위험을 경고한다.
우월성의 굴레를 벗어나 은혜의 삶으로
<야망의 대가』> 결코 부드러운 위로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날카로운 통찰로 우리 안의 야망의 민낯을 드러내고, 그것이 얼마나 교묘하게 개인의 삶을 조종하고 있는지를 직시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회복과 해방의 길을 제시한다. 그 길은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받은 은혜를 자각하며 사는 삶이며,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하나님 앞에서 나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는 삶이다.
자신의 신앙과 삶의 동기를 되돌아보고 싶은 이들, 더 깊고 고요한 탁월함을 찾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깊은 영적 도전을 받을 것이다. <야망의 대가>는 고단한 경쟁 사회 속에서 숨을 고르며, 더 이상 남보다 앞서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진리를 발견하게 해줄 신학적 안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