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설전과 고성이 오가는 등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우크라이나가 과연 굴욕적인 미국의 휴전 압박을 견뎌낼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 정상회담은 작금의 국제정세가 힘의 논리와 자국 우선주의로 재편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휴전을 압박하며 공세를 취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전보장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우크라이나가 2주 만에 패했을 것"이라고 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살인자에게 영토를 양보할 수 없다"라고 받아치는 등 이날 정상회담은 기존의 국가 간 회담에서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건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바이든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외교 기조를 드러낸 게 원인이다. 미국이 러시아 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로 전쟁을 마무리하려 하자 이를 막으려고 광물협상 카드를 들고 날아온 것이다. 그런데 전쟁 지원은커녕 휴전 시 최소한의 안전보장요구마저 거부당한 채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미·우 정상회담의 모습은 처음부터 다른 정상회담과는 달랐다. 보통은 격식 있는 인사와 함께 덕담을 나누며 외교적 수사가 오가는 게 관례지만 미국이 손님인 젤렌스키 대통령의 옷차림을 시빗거리로 삼을 때부터 그런 기대가 사라졌다. 비공개가 원칙인 정상회담 광경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 의도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나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을 떠안게 됐다. 지난 3년간 러시아의 침공에 사력을 다해 버텨왔지만, 미국이 모든 지원을 끊고 등을 돌리면 더는 버틸 수 없는 게 우크라이나의 현실이다.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카드는 미국 대신 유럽의 지원을 계속 받으며 전쟁을 연장하든지 아니면 미국이 요구한 휴전을 받아들이든지 둘 중 하나다. 모든 상황으로 볼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침공한 영토를 영영 되찾을 길이 없게 된다. 이건 곧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영웅에서 졸지에 패장으로 추락하고 3년간 전쟁터에서 피 흘린 군인과 국민의 희생도 물거품이 되는 걸 의미한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자유 민주주의 진영 간의 연대가 아무 소득도 없이 와해되는 데 따른 후유증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가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왔는데 이대로 전쟁이 끝나면 남의 나라 영토를 침략한 러시아의 불법행위를 국제사회가 용인해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작금의 우크라이나가 처한 현실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의 비참한 처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결국,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나라는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국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이다. 

우크라이나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는 불과 70여 년 전 우리나라의 상황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 와중에 미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와 거의 똑같은 휴전 압박을 받았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 또한 젤렌스키와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 

당시 미국은 한국전쟁이 길어지며 인적 물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우리 정부에 휴전을 종용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이 휴전하고 미군 병역을 철수할 경우 북한이 재차 남침할 것으로 보고 휴전에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이른바 '북진통일론'이다. 끝까지 북으로 밀고 들어가자며 휴전에 반대한 이 대통령을 미국이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이승만 대통령을 강제 구금해 축출할 계획까지 세웠겠나. 이런 내용은 기밀 해제된 이승만 대통령과 더글러스 딜런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의 면담 기록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이승만 대통령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이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 조야에서까지 반대했던 이 조약은 이 대통령이 2만 명의 반공포로를 석방하겠다고 맞서는 등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한 덕에 극적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지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천문학적 가치의 희토류 광물을 놓고 휴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또한 이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70여 년 전 우리나라는 미국이 탐낼만한 지하자원이나 내세울 만한 그 어떤 유리한 조건도 없었다. 그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 오늘의 '한미동맹'의 기초가 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성사시켰으니 믿음의 지도자의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에서 한미상호조약을 체결하고 돌아와 발표한 담화문에서 "이제 우리 후손이 앞으로 누대(屢代)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약 체결로 미군이 상시 주둔하게 되면서 북한이 남침을 꿈도 못 꾸게 됐고, 이로 인해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경제발전과 산업부흥을 이루게 됐으니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 

러시아와 힘겹게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처지는 오늘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공산 국가들 사이에서 힘겹게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가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 탄핵 정국에서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노리는 이들 또한 종북·친중 세력이다. 72년 전 기독교 신앙에 투철한 믿음의 지도자의 혜안과 결단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든든히 세운 밑바탕이 된 것처럼 한국교회의 각성과 결단이 특별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