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지칭하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젤렌스키를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며 조롱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전쟁 종전 협상을 진행한 것에 대한 젤렌스키의 반발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는 선거를 거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내 지지율도 매우 낮다"며 "그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을 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종하는 것뿐"이라며 "미국이 3500억 달러를 지출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특별감사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지원한 금액은 1830억 달러 수준으로, 트럼프의 주장과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는 전날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 전쟁은 이길 수 없으며, 애초에 시작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52%로 나타났으며, 전쟁 초기에는 90%를 넘기도 했다.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의 공격에 즉각 반박했다. 그는 19일 성명을 통해 "나는 내 지지율을 입에 올린 적이 없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 58%가 나를 신뢰한다고 밝혔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는 러시아의 허위 정보 속에서 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젤렌스키는 또 미국과 러시아가 자국을 배제한 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종전 협상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배제된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럽 각국도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있어야 한다며 젤렌스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젤렌스키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라며 "그를 자극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러 회담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푸틴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됐다는 점을 들어 그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발언이 이와 같은 입장과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