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 인터뷰_BGCT 한국부 디렉터
온고이지신 인터뷰: 허종수 목사 (BGCT 코리안 컨설턴트)의 '비젼과 섬김', 목회자의 삶과 한인 교회의 미래를 말하다, photo by 기독일보 
편집부에서는 은퇴하신 목사님들을 중심으로 대담 자리를 마련하여, 은퇴 이후의 사역과 삶, 그리고 목회 사역의 노하우를 후배 목회자들에게 전달 및 전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오늘의 초대석에는  'BGCT (Baptist General Convention of Texas) 코리안 컨설턴트' 로 섬기고 있는 허종수 은퇴목사 (한마음 교회, 텍사스 포트워스 소재) 를 모시고 대담을 나눕니다.  

 

 허종수 목사, 한마음교회 (Fort Worth, TX) 개척 및 담임 (2004~2024)
 현, 텍사스 주총회 (BGCT) 한인 컨설턴트
 현, Horizon Theological Institute/ Ethnic Group Academy 대표
 사우스웨스턴 신학교에서 World Christianity 전공, PhD 

편집장: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퇴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허종수 목사: '은퇴'라는 표현이 저에게는 아직 낯설고 어색하게 다가옵니다. 일반적인 목회 은퇴 연령보다 10년가량 조기에 마무리했기 때문입니다. 담임 목회 은퇴는 맞지만, 목회와 관련된 사역으로 여전히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목회 사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생활 패턴이 바뀐 것입니다. 지역 교회를 담임할 때는 대부분의 활동이 목회를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은 목회가 아닌 다른 사역들로 분주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목회 기간 중에는 목회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사와 보람, 아쉬움, 묵직한 책임감, 그리고 해산의 수고가 늘 뒤따랐습니다. 그 수고로움이 열매로 바뀔 때 환희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목회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여러 감정들이 좀 더 단순하게 정리되어가는 듯합니다. 새로운 사역을 통한 은혜와 감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한마음교회를 담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순간이나 사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허종수 목사: 개척 당시의 상황들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예컨대, 첫 예배, 첫 방문자, 첫 성경공부 모임, 첫 침례식 등입니다. 개척 당시의 전도의 여정도 훈훈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전도하러) 나가면 (열매를) 얻는다!"라는 단순한 확신을 붙들고 20년 전에 북 텍사스의 드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며 동서남북으로 전도 대상자들을 찾아다녔던 시절이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특별히, 개척 당시 모(母)교회와의 아름다운 만남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은총이었습니다. 그 당시 담임이셨던 밴 맥클린 목사님이 어느 날 저에게 건물 설계도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젠가 교육관 건물 옆에 예배당을 새로 짓기 위해 준비한 자료였습니다. 그 날 밴 목사님은 저에게, "종수, 언젠가 이 일이 이뤄지면 이 목양실이 너의 방 될거야!"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밴 목사님은 타 교회로 부임하여 떠났습니다.

이후에 일어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결론적으로, 8년 후에 제 마음 속에만 담아두었던 밴 목사님의 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희 교회가 모교회의 교육관 10,000 sqft 건물과 5.5 에이커 땅을 1/10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고, 이어서 5,500 sqft 예배당 건물과 3.3 에이커 부지를 1불 가격으로 기증 받았습니다. 2017년에는 (밴 목사님이 보여준 건물 설계도와 모양은 달랐지만) 동일한 위치에 5,000 sqft 예배당 및 부대시설을 지어 현재의 교회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건축 과정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넘쳤고 이것이 저에게는 한 묶음으로 특별한 순간이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목회 기간 중에 잘 했다고 생각하는 사역은 이렇습니다. 첫째, 목회 철학 정립입니다. 로마서 15:5-7절 말씀을 근거로 교회 이름과 목회의 큰 틀을 짰고 그 계획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둘째, 난민 사역 실천입니다. 비영리 단체인 Ethnic Group Academy를 세워 교회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며 난민 자녀들을 위한 교육 사역을 2011년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사역을 통해 지금까지 (무슬림 권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셋째, 일꾼 양성 및 파송입니다. 목회 기간 동안 17명의 사역자를 목사로 안수하였습니다. 이들은 지금 한국, 미국,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넷째, 목회 인수 인계입니다. 사임 직전에 저의 리더십과 목회 환경은 무척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회를 위해서 새롭고 힘차게 이끌고 갈 젊은 리더십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저와 7년 간 동역했던 부 교역자 한 분을 후임 목사로 세워 교회의 동의를 거쳐 목회 인계를 했습니다. 

 후회되는 것은 많습니다. 후회되는 상황들은 저의 한계이기도 했으니까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좀 더 지혜롭게 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목회 기간 중에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잠언 4장 7절의 NIV 번역을 보면, "지혜의 시작은 이것이다: 지혜를 얻으라(The beginning of wisdom is this: Get wisdom)"고 말씀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함과 신실함도 중요하지만, 목회는 하나님의 지혜가 정말 필요한 영역인 것 같습니다. 

편집장: BGCT 한인 컨설턴트로서의 가장 큰 도전과 보람은 무엇이었나요?

허종수 목사: 한인 컨설턴트의 사역은 분명 일반 목회와는 다른 형태의 사역입니다. 그렇다고 목회와 무관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목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여러 교회들의 상황을 살피며 목사님들의 목회와 교회에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한인 교회들이 총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총회와 잘 연결되도록 다리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 도전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총회에서 제공하는 목회/선교 자료나 자원을 한국 교회 상황에 맞게 조정하여 제공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편집장: BGCT와 지역 한인 교회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허종수 목사: 한인 교회 목사님들이 BGCT 안에서 소속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BGCT는 한인 교회들의 개척과 성장의 과정을 지원하며 지켜보았고, 여전히 한인 교회에 큰 관심과 기대가 있습니다.

BGCT에 속한 미국 교회는 약 5,400개입니다. 이에 비해 한인 교회의 숫자는 매우 적지만, 한인교회가 주 총회에 기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선교적 잠재력과 실천력이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텍사스 지역의 침례교회들 중에 다양한 인종 그룹의 교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Intercultural Ministries라는 부서를 통해 인종 그룹 교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타민족 교회들과 상호 유대 관계를 발전시키며 지역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위해 동역하려는 노력도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편집장: 한인 교회의 미래와 방향성과 관련하여 현재 한인 교회가 직면한 주요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허종수 목사: 2022년에 저는 「미주 남침례회 한인교회사」 (서울: 요단출판사)를 집필했습니다. 그 책의 결론 부분에서 미주 지역의 한인 교회가 직면한 도전을 소개했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첫째는, 성장 정체입니다. 이주민의 감소, 교인들의 고령화, 도시화 현상의 영향으로 (대도시 지역의 일부 교회들을 포함해) 중소도시나 변두리 지역의 한인 교회들은 향후 교회 존립의 위기에 직면하는 교회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둘째는, 한인 문화권 안으로의 고립입니다. 다원화된 미국사회 안에서 한인들이 현지인 혹은 타 인종 교회들과 교류와 소통에 소극적이거나 문화적 영토(enclave)안에 갇혀 있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미국 사회 안에서 타문화권 전도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셋째는, 교회 내부의 유교문화적 계급의식입니다. 교회 내의 직분이 계급화 되거나 불필요한 권위주의가 존재할 때, 유교적 위계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권 사역자, 영어권 회중, 그리고 2세들과의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넷째는 세대 간의 신앙 계승입니다. 한인 2세들이 학업이나 직업상의 이유로 부모를 떠날 때 동시에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교회의 청소년부 사역은 프로그램 중심에서 말씀 중심의 사역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세속주의, 다원주의의 도전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신앙을 청소년 시기에 세워줘야 합니다.

편집장: BGCT와 한인 교회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으신가요?

허종수 목사: BGCT와 한인 교회가 함께 나아갈 방향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남침례회에서 추구하는 교회 개척 운동/교회 재활성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텍사스는 현재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인 유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경우 기존의 교회들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지만, 복음이 필요한 이들이 새롭게 정착하는 지역 등에 전략적인 교회 개척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회가 침체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교회들의 재활성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선교적 역량과 잠재력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한인교회는 대부분이 선교 지향적인 DNA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 기독교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미주 지역의 한인 교회는 단지 한인만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교회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머문 이곳이 선교지역이라는 '선교적 교회 의식'을 각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다민족 선교, 난민 선교, 현지인 선교 등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선교사를 보내 준 나라에서 '복음에 빚진 자'로서 복음을 전하는 '역 선교(reverse missions)'의 실천이 동반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편집장: 개인적인 소망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허종수 목사: 2023년에 건강에 위기가 한 번 있었습니다. 감사하게 수술로 치료를 잘 받았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 속에서 영육의 강건함을 통해 끝까지 신실하게 사명 잘 감당하기를 기도합니다. 현재 BGCT 사역을 비롯해 선교 지역 신학교 사역, 번역, 강의, 난민 사역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역들을 지혜롭게 잘 감당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