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장로님과 점심을 먹었다. 아마도 남가주에 와서 가장 긴 식사를 한 것 같다.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긴장이 풀려 과거 실수와 허물도 나누어 부끄러웠지만 감사한 시간이었다.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가장 좋은 것은 기도 제목을 나눈 것이다.
장로님께서 기도 제목을 나눠주셨고, 나의 기도 제목도 드렸다. 마음에 담긴 기도 제목을 나누며 가슴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기도 제목을 나누며 주님을 향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더욱 좋은 건 큰 형님뻘인 장로님의 성숙한 기도 제목을 듣고 나의 기도를 점검할 기회를 가진 것이다.
늦은 점심이라 뵙자마자 기도 제목을 여쭈었다. 식사 기도를 하려면 기도 제목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머뭇거리시던 장로님은 기도 제목이 너무 많다고 하시길래 가장 중요한 기도 제목을 부탁드렸더니 “두루마기를 빨고 있습니다! 잘 빨고 싶습니다!”라고 기도 제목을 주셨다.
설명을 요청했더니 계시록 22장 14절 말씀(자기 두루마기를 빠는 자들은 복이 있으니 이는 그들이 생명나무에 나아가며 문들을 통하여 성에 들어갈 권세를 받으려 함이로다)을 알려주셨다. 말씀을 읽고 기도 제목을 확인하니 장로님 마음이 보였다. 장로님께서는 진심으로 천국에서 주님과 만남을 준비하시는 중이었다. 그런 장로님의 마음과 고백이 참 좋았다.
장로님의 두 번째 기도 제목은 자녀들을 위한 기도였다. 아들들이 잘살고 있지만, 장로님의 기도 제목은 아들들이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아들들의 출세나 성공이 아닌 하나님 아버지를 잘 섬기는 아들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장로님의 기도였다. 성숙한 기도를 품고 주님께 나아가는 노신사의 기도에 고개를 절로 숙였다.
크리스천에게 기도는 매우 중요하다. 기도가 신앙과 인생을 설명한다. 기도를 향한 마음, 기도로 토해내는 마음과 생각이 신앙과 인생의 잣대다. 성도의 기도의 수준이 그 사람의 믿음 수준이요 인격의 수준이다. 믿음만큼 기도한다. 믿음의 분량이 기도의 분량이다.
요즘 하박국을 묵상하며 하박국의 기도를 배운다. 하박국은 기도의 사람이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중보기도자다. 아울러 하박국은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던 끈질긴 기도자다. 계속되는 도전과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조국과 민족을 품고 기도했던 하박국의 기도를 배우고 싶다.
하박국이 기도 응답을 받고 하나님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믿음이 견고해졌다. 믿음이 견고해진 하박국은 새 차원의 기도를 드린다. 하박국은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믿음이 성숙해지고 성숙한 믿음으로 그의 기도도 성숙해진다. 믿음의 성숙은 기도의 성숙을 견인한다. 성숙한 기도가 성숙한 신앙의 표지다.
장로님과 만남 후 내 기도를 살펴보았다. 나의 기도는 하나님께 합당한 기도일까? 나의 기도는 성숙한 기도일까? 나의 가장 중요한 기도는 무엇일까? 나도 주님과의 만남을 준비한다. 아들과 딸이 주님을 잘 섬기기를 바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내 관심사는 기도로 정리되지 못했고 명확하지도 못했다, 장로님에게서 배운 기도로 내 기도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