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그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누가복음 12:40)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가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소를 도둑맞고 난 다음에 비로소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로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 단속을 한다는 말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은 미리 준비해 두면 근심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 민족성 가운데 꼭 고쳐야 할 점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입니다.

 1994년에 서울의 성수대교가 무너져 등교하던 학생들과 탑승자 32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이듬해에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시설안전기술공단’이 설립되어 국가의 주요 시설물들과 기타 기반 시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연구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전에 이런 일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1995년 4월, 대구 상인동에서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로 101명 사망, 부상 202명의 사고가 난 후, 앞으로는 지하 공사 때는 반드시 가스회사와 사전 협의를 해야 된다는 규정이 마련되었습니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502명이 사망하고 여섯 명이 실종되었으며 천 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엄청난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에 전국의 고층건물과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이 실시되었고, 정밀검사를 한 후에 서울의 당산철교가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거한 후, 새 다리를 건설했습니다.

  2003년에 대구 지하철 참사로 19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실종되었으며 151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사건 후에 객차 제조 과정에서 객차의 내장재는 모두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바뀌었고 비상 인터폰과 CCTV도 확대되었습니다.

 위에 열거한 몇 사건을 통해, 왜 한국정부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비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한국은 꼭 대형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허겁지겁 법을 만든다, 관계 기관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지요. 소 읽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시설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규정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고 사전에 미리 예방을 했다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많은 세금을 써가며 선진국 시찰을 다녀오는 공무원들이 수없이 많은데, 그들은 도대체 선진국에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워왔는지 참 한심하지 않습니까?

 개미는 여름에 먹거리를 비축해 두었다가 겨울이 오면 모아둔 양식을 먹고 삽니다. 하잘 것 없는 곤충도 사전에 예비하는 지혜가 있는데, 하물며 인간들이 오래된 건물이 무너져 많은 사람이 희생된 다음에야 법률을 만든다, 관계 부처를 설치한다며 호들갑을 떠는 어리석은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지 걱정이 되네요.

 우리 신앙생활도 사전에 준비하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리석은 종이 방자(放恣)히 행하고 있을 때, 생각하지 않은 날, 알지 못하는 시각에 주인이 이르러 종을 엄히 때리고 신실하지 아니한 자가 받는 벌을 받을 것을 말씀하였습니다.(눅 12:45-46) 또한, “그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눅 12:40)고 경고하셨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니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않은 어느 날, 어느 시각에 갑자기 오실 것입니다. 기도하면서 준비합시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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