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선 목사 (휴스턴 순복음 교회)
홍형선 목사와 함께 쓰는 영성일기

아부심벨 앞에서 드러난 나의 우상 


아부심벨 신전은 지금으로부터 3200년 전에 이집트 신왕조 시대에 람세스 2세가 세운 신전이다.  어느 고고학자가 모래 속에서 어렵게 이 신전을 찾게 된 이야기부터, 아스완 댐 건설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자 유네스코가 전 세계에서 모금하여 본형 그대로 물 밖으로 옮긴 이야기까지 다양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신전은 61미터 동굴 안에 있으며, 지성소에는 람세스 2세의 형상을 중심으로 호로스 신과 아문 신이 양옆에 배치되어 있다. 람세스의 생일인 2월 21일(추분)과 즉위일인 10월 21일(추분)에는 태양빛이 지성소까지 들어오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의 힘을 총동원해 신전을 옮긴 결과, 하루씩 늦게 빛이 들어와 2월 22일과 10월 22일에야 햇빛이 비치게 되었다.  아부심벨 신전은 카이로에서 800km를 비행기로 이동한 후 300km(4시간)를 자동차로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그늘 한 점 없는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봐야 함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나 또한 그렇게 달려와 아부심벨 신전 앞에 섰다.  

람세스 2세는 이집트의 파라오 중 96세까지 살며, 7명의 정부인과 후궁들을 통해 아들 100여 명과 딸들까지 총 200여 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 시대에 96세까지 살 수 있었을까? 수많은 전쟁터에 나가고, 수많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환경에서도 그는 어떻게 살아남아 이집트 역사상 가장 강대한 제국을 세울 수 있었을까?

그는 분명 승승장구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고 싶어 신전들을 짓고, 신들이 자신을 축복하여 그의 삶이 번창하고 있음을 형상화했다. 결국, 자신이 경배하던 신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신을 위한 신전까지 세우게 되었다. 나아가 자신이 숭배하던 신들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 생일에 맞춰 태양빛이 자신을 비추게 설계한 것이다.

이 신전 앞에서 나는 인간의 교만과 그 끝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느꼈다. 예전에 선배 목사님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성과 물질, 명예를 조심하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인생을 살아가며 하나씩 이루어갈 때 나도 모르게 우상들이 스며들 수 있다는 경고였다.  

솔직히 나도 목회를 잘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는 목회자가 되고 싶었다. 교인 수가 적을 때는 어느 정도 가능했던 것 같다. 젊은 목사의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속였던 것 같다. 하지만 교인 수가 조금 많아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일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들이 생긴다. 교회 안에서도, 교단 내에서도 그렇다. 각자의 시각에서 생겨나는 오해들, 그리고 나 자신의 실수들도 있다.  

나는 이런 오해들 앞에서 분노하다가 좌절하곤 한다. 그런데 아부심벨 신전의 람세스 2세 형상을 보며 내 안에 있는 람세스 2세와 같은 교만과 나의 의를 발견한다. 더 나아가 내 분노의 근원도 보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이런 우상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람세스 2세는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다가 결국 자신이 만든 우상 안에 갇혀 버렸다.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고, 성공에 취해 자신을 신격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경험하는 연약함과 곤고함은 주님께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이다. 내 의를 버리고, 내 손으로 만든 것들을 신이라 하지 않을 기회이다.  

"우리가 아시리아의 손으로 구원을 얻지 아니하며, 말을 타지 아니하며, 다시는 우리의 손으로 만든 것을 향하여 '너희는 우리의 신이라' 하지 아니하오리니" (호 14:3)  "여호와의 도는 정직하니 의인은 그 길로 다니거니와 죄인은 그 길에 걸려 넘어지리라" (호 14:9)  

주님! 말씀 속에서 주님 앞에 서는 그 날을 바라보며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