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중국을 경유한 탈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북·중 관계 경색에 따른 양국 간 국경 경비가 삼엄해진 탓이다. 탈북민구출사역이 한국교회 통일선교의 중요한 자산인 만큼 이에 대한 교계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중 국경 폐쇄를 이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탈북민 입국자 수는 1000명대 수준을 유지했다. 북·중 간 활발했던 무역을 통해 탈북을 돕는 브로커들의 활동이 어느정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탈북민 입국자 수는 2020년엔 229명대로 급감했고, 지난해는 196명을 기록하는 등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중 관계의 경색에 따라 중국 단둥 등 국경 지역 일대의 경비가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최근 양국 간 국경선엔 3중 철조망과 고성능 안면인식카메라 등이 설치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북한에서 중국을 경유해 대한민국이나 제3국으로 입국하는 탈북 경로는 사실상 막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탈북민 지 모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즘엔 1억을 줘도 북한에서 중국을 경유한 탈북 작업을 해주겠다는 브로커들이 없다"며 "북한 당국이 북·중 간 활동하는 무역 밀수꾼들을 모두 적발해 교화소에다 수감 하면서, 이들 가운데 탈북 브로커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사형에 처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성호 전 국회의원은 "중국이 고도로 발달한 안면인식기술을 도입해 탈북민 검거에 나서면서, 그간 중국 내 주요 탈북 경로로 꼽힌 곳에서의 이동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중 양국이 국경선 봉쇄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이탈을 막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분석한다.
통일연구원 이재영 연구위원은 "북·중 관계의 경색으로 경제 교류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은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넘어오거나 이들을 북송하지 않을 경우, 이것이 북·중 관계 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탈북사역단체를 이끄는 새터교회 담임 강철호 목사는 "중국은 전통적 우호 국가인 북한 측의 탈북민 단속 강화 요구를 거절하기가 어렵고, 지난해 10월 9일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을 통해 쏟아진 국제사회의 비난이 그들에겐 외교·경제 분야 등에서 큰 악재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은 탈북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탈북민구출사역이 아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북한에서 탈출해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사역이 이뤄지고 있다. 전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 윤여상 박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국의 재중 탈북민 숫자는 1만에서 1만 5천 명 사이로 추정된다.
한 탈북사역단체 대표 A씨는 "재중 탈북민을 상대로 중국과 인접한 인근 국가를 통해 구출 사역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경 경비가 삼엄해진 이유로 탈북 브로커에 내는 비용이 1천만 원으로 치솟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한국교회의 탈북민 구출 사역을 위한 재정 지원이 활발해졌지만 지금은 대폭 감소했다"며 "이 때문에 한국 내 탈북민 가족들과 선교단체들이 구출비용을 반반씩 부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탈북민구출사역은 한국교회 통일 선교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라는 의견도 나온다.
"2010년대 탈북 당시 중국에서 2차례나 강제 북송을 경험해 북한 교화소에서의 고통스러운 고문을 당했다"던 탈북민 지 모씨는 "당시 한국교회의 선교 전략과 재정적 지원으로 북한에서 예수 복음을 알고 결국 탈북에 성공했으며, 지속적인 성경 공부를 통해 신앙이 장성해졌다"며 "저와 같은 방법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탈북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새터교회 담임 강철호 목사는 "대한민국 내 3만 4천의 탈북민들이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과 통화하면서 그들에게 남한과 국제 소식을 알려주는 등 외부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의식화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서 북한 당국을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게 되면서, 북한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면 통일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