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종교부가 소수종교의 예배 장소 허가와 관련해 무슬림이 주도하는 기관의 역할을 축소하는 새 규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히자 부통령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야쿠트 촐릴 쿠마샤드(Yaqut Cholil Qoumashad) 종교부 장관은 "정부가 종교적 소수 집단이 예배 장소를 쉽게 지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쿠트 장관은 8월 3일 자카르타의 비다카라 호텔에서 열린 '대인도네시아기독교운동'(게키라)의 전국 대화 및 실무 회의에서 "새로운 규정에 따라 종교부의 지역 지부가 예배 건물을 짓는 것에 대한 권고만 고려된다"고 말했다.
야쿠트 장관은 "정부는 종교적 소수 집단 내 예배 장소 설립에 대한 권고가 종교부에서만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는 종교간조화포럼(Forum Kerukunan Umat Beragama, FKUB)의 역할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FKUB의 권장 사항을 고려하면, 소수 종교 공동체가 예배 장소를 짓는 노력이 복잡해진다"며 "새 규정을 곧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현행법에 따르면, 종교단체가 충족해야 하는 두 가지 요건이 있다"며 "물론, 이것은 여러분 모두에게 어려움을 제공한다. 특히 그곳에 다수의 무슬림이 있는 경우 더욱 그렇다. 어제 정치·법률 및 안보 담당 조정 장관이 우리와 내무부 장관과 함께 이것을 대통령 규정으로 만드는 데 동의했다. 그러므로 이후에는 이러한 예배 장소를 설립하는 일이 더 이상 어렵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마루프 아민(Ma'ruf Amin) 부통령은 무슬림이 주도하는 FKUB의 역할을 종식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아민 부통령은 FKUB의 역할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준 인물이다.
데틱닷컴(detik.com)의 보도에 의하면, 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마루프 아민 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종교부 장관이 그런 제안을 해서는 안 됐다. 예배 장소를 설립하는 규칙은 종교협의회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종교부는 예배 장소 설립을 위한 FKUB 권고안의 근거를 검토해야 하며, 종교부 관리들은 규정을 공식화하는 데 참여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먼저 규제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 그 이유를 살펴 보라. 규제가 만들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당시 관련자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보라"고 했다.
그는 "4개월 만에 11차례의 회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했다. 내가 단체를 탄생시킨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해당 논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합의가 이뤄졌고, 종교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의 공동 규정으로 공표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수백 개의 기독교 교파들이 소속돼 있는 인도네시아의 두 주요 기관은 새로운 규정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인도네시아교회연합 (PGI)의 수장인 고마르 굴톰 목사는 CNN 인도네시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제안된 정책은 PGI가 위도도 대통령, 야쿠트 종교부 장관, 티토 카르나비안 내무부 장관에게 제출한 오랜 제안과 일치한다"며 "FKUB의 권고에 따라 예배 장소 설립 허가와 관련된 국가의 권한이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은 극도로 터무니없는 일이다. FKUB는 국가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로 예배 장소를 설립하기가 더 쉬워질지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어쨌든 새로운 규정은 1945년 헌법 제29조의 의무를 이행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세타라연구소의 헨다르디 회장은 "이 조치가 다양한 종교적 정체성과 신념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의 다양성 시스템과 양립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헨다르디에 따르면, 세타라는 오랫동안 정부에 예배 장소 설립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수 종교의 건축을 어렵게 만드는 공동 법령의 차별 조항을 없애기 위한 진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인도네시아주교회의(Konperensi Wali Gereja Indonesia, KWI)는 "이 계획에 감사하며, 이것이 관료주의를 간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WI는 종교부에 FKUB 권고안을 철회하는 것 외에도 예배 장소 건축에 대한 다른 요건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가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42위를 차지했다. 오픈도어의 박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회는 보다 보수적인 이슬람적 성격을 채택하고 있으며, 전도 활동에 참여하는 교회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