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상대 손 내밀어 일으켜
31일 단체전에서 '2관왕' 노린다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펜싱 사브르 오상욱 선수(28)가 올림픽 금메달로 '그랜드슬램'을 이뤄낸 가운데, 그의 '금빛 실력'과 함께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매너까지 찬사를 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지난 27일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오상욱 선수는 상대 선수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에 14대 8로 크게 앞서 있었다. 한 점만 더 따내면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자, 오상욱 선수가 페르자니 선수에게 먼저 다가갔지만, 페르자니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무방비 상태여서 바로 공격하면 됐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해 움직이지 않는 페르자니 선수를 일단 지켜봤다. 페르자니 선수는 공격 시작을 알리는 '알레(allez)'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경기가 재개되자, 오상욱 선수는 긴 다리를 이용해 다시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놀란 페르자니 선수는 뒷걸음질치다 뒤로 넘어졌다. 이때 오 선수가 넘어진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일으켜 세웠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후 3점을 더 뺏겨 14대 11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끝내 다리를 앞으로 쭉 뻗어 페르자니 선수의 가슴을 찌르고 마지막 포인트를 장식했다.
오상욱 선수는 오는 31일 구본길·박상원·도경동 선수와 함께 사브르 단체전에 출전해 2관왕을 노린다. 사브르 단체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2016)·일본 도쿄(2021) 올림픽에 이어 3연패에 도전한다.
이 밖에 유도 대표로 66kg급에 출전한 안바울 선수는 16강전에서 구스만 키르기스바예프(카자흐스탄)에게 절반패를 당해 패자전에도 나가지 못하고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끝냈다. 안바울 선수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은메달, 2021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로 마지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안바울 선수는 경기 후 "실력을 100% 발휘했다면 덜 아쉬웠을 것 같다. 잘 준비했고, 자신감도 있었는데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