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조미(북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나는 그들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나 다른 것을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트럼프가 조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논평을 통해 미국과의 오랜 대결 역사를 언급하며, "우리 공화국 창건 이래 근 80년 동안 미국은 줄곧 가장 악랄하고 집요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미국의 군사 활동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지금처럼 핵전략자산을 때 없이 들이밀고 첨단무장 장비들을 증강하며 핵작전 운용까지 예견한 빈번한 침략전쟁 시연회들을 광란적으로 벌리면서 그 무슨 대화요, 협상이요 하는 낱말들을 아무리 외웠댔자 우리가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에 대해 "조미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성근히 고민해보고 앞으로 우리와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는 문제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번 북한의 반응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중통 논평 형식으로 나온 걸 보면 조심스럽고 형식적인 반응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미국과 북한 관계는 전적으로 미국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고 함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북한의 반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북한 매체가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외무성 등 당국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논평이란 점에서 그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향후 미국의 대선 결과와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따라 북미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북한의 이번 메시지는 미국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향후 협상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양국 관계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