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마스의 목자>는 2세기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고대 기독교 문서다. 저자는 정확히 알수 없는데, 일부 학자들은 저자를 로마의 감독 피우스의 형제라고 주장한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한국 교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속사도 교부 문헌이다. 그 이유는 성경의 정경이 확정될 때 거의 신약 성경에 선택될 뻔했고 그 내용도 기독교 교회사에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초대교회가 귀하게 다루었다. 이레니우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그리고 오리겐은 <헤르마스의 목자>를 성경으로 받아들였다. 터툴리안과 4세기에 아타나시우스도 잠시 헤르마스 목자를 성경으로 인정했다. 초대교회는 대체적으로 <헤르마스의 목자>를 성경으로 인정했다. 2, 3, 4세기 교회는 이 <헤르마스 목자>를 신앙생활에 유익한 자료로 애독했다.
결국, <헤르마스의 목자>가 성경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정경 기준에 거의 근접한 문서였다는 사실에 큰 이견이 없다. 2세기와 3세기의 여러 문헌에서 <헤르마스의 목자>를 영감 있는 서적들 목록에 올려놓았다. 비록 이 책이 정경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로마 제국의 여러 지역에서 후기 사도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헤르마스의 목자>가 정경에서 제외된 이유는 그리스도론(기독론) 때문으로 추측한다. 속사도 교부들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가현설과 영지주의의 이원론 모두를 거부했다. 그런데도 속사도 교부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신성과 인성이 어떻게 관계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하지 못했다. <헤르마스의 목자>에서는 육신으로 오신 예수를 성령이 성육신하였다는 관점을 취하였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헤르마스의 목자>를 처음에는 정경으로 인정했던 아타나시우스가 <헤르마스의 목자>를 정경에서 제외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기독론과 같은 난해한 문제 해결에 여념이 없었던 아타나시우스에게 헤르마스의 목자의 기독론은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경 결정 기준은 첫째 영감성으로, 영감으로 기록된 문서이다. 둘째, 목적성으로 기록 목적이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 뜻에 부합되어야 했다. 셋째, 신뢰성으로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한 인간 저자의 진실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넷째, 보편성으로 교회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내용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보존성으로 문서가 성령님의 간섭으로 잘 보존되어 있어야 했다.
<헤르마스 목자>는 5개의 환상(Visions), 12개의 계명(Mandates), 그리고 10개의 비유(Parables)로 구성되어 있다. 천사가 헤르마스에게 보여준 환상들과 이에 대한 설명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비유 형태로 구성된 설명들이 있고,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위한 가르침들이 포함되어 있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요한 계시록처럼 목자가 나타나 헤르마스에게 환상을 보여주었다. 헤르마스는 노예에서 해방된 상인이었다. 첫 번째 환상은 헤르마스가 로데라는 부인의 노예로 로마에 팔려갔다가 해방된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날 헤르마스는 옛 주인, 로데 부인이 티베르 강에서 목욕 장면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래서 그녀를 아내로 삼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며칠 뒤 헤르마스가 쿠메로 향하던 중 옛 주인이 하늘에서 나타나 그가 마음에 품은 생각이 간통과 다르지 않음을 알려 주었다.
두 번째 환상은 1년 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다. 노파는 헤르마스에게 편지를 베껴 쓰게 하고 환상들을 로마 교회와 다른 여러 지방에 알리라는 명령과 함께 작은 책 “하늘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세 번째 환상은 젊어진 노파가 헤르마스에게 교만을 상징하는 탑이 세워지는 것을 보여주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회개를 통해 완전해질 때까지 탑의 완성은 연기되리라고 말했다.
문학 형태로 볼 때 <헤르마스의 목자>는 묵시록이며 그 주제와 가치는 회개론이다. 헤르마스는 원시교회의 뜨거운 열정을 지키려고 하였으며 일거에 회개할 기회를 현시점에서 선포했다. 그 환상은 오늘날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아마 이런 이유로 현대 교회가 ‘헤르마스의 목자’에 무관심한지 모른다.
<헤르마스 목자>에서 보여주는 하나님의 자비는 매우 협소하고 제한적이다. 하나님은 용서하시지만, 끊임없이 용서하시는 분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 경우에만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또 세례를 받은 후 단 한 번만 죄 사함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쳐서 죽음 직전에 가서야 세례를 받는 다소 황당한 풍습을 제시한다. 이런 가르침은 보편적인 교회의 관습이 되기에 어려웠지만, 개종한 그리스도인 세례교육의 강화와 회심을 명확하게 하는데 이바지한 문서였음에 틀림이 없다.
또한, <헤르마스의 목자>는 로마 제국에 있는 그리스도교인들을 위해 결혼과 이혼, 부와 돈과 시민권 등의 삶의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 다소 경직된 규칙들과 훈계들을 담고 있다. 예컨대 <헤르마스의 목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이혼한 이후에 재혼을 금한다. 그리고 결혼을 했든지 결혼하지 않았든지 간에 그리스도인들은 성(sex)생활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격한 금욕주의를 강조하는 기조다. 아마도 당시 만연한 타락한 문화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속사도 교부들과 교부들 그리고 신실한 신앙인들은 금욕적 신앙생활을 지향하고 있었다. 이런 시대 정신을 반영한 <헤르마스의 목자>는 성도의 삶에 물질의 유혹에 대한 투쟁, 두려움, 자기 부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공헌은 3-4세기를 살았던 그리스도인의 도덕적이며 금욕주의적인 삶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은 고도의 도덕적인 삶으로 구원에 이르게 됨을 강조한다. <헤르마스의 목자>의 구원관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이 기록되었던 2세기 이후 교회가 진정한 회개를 포함한 새 삶을 강조하는 정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헤르마스는 신앙인의 삶이 세상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을 관심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