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드실바 교수 2회 강의
서구 관심과 전제 '필터' 벗겨야
바울이 말한 '은혜' 해석 깊어져
명예-수치 문화, 서구보다 한국
훨씬 원 뜻 가깝게 이해 가능해
은혜로운 포용, 하나님 위한 삶

데이비드 드실바 교수
(Photo : 송경호 기자) 데이비드 드실바 교수가 삼일교회에서 열린 선교적 성경해석학 컨퍼런스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단법인 미셔널신학연구소(이사장 송태근 목사)가 6일 오후 제4회 선교적 성경해석학 컨퍼런스를 ‘초기 교회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하나님의 선교’라는 주제로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 B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국 애쉬랜드신학교(Ashland Theological Seminary) 데이비드 드실바(David deSilva) 교수가 초청돼, 초기 교회 사회문화 배경 연구가 선교와 신학에 주는 통찰을 나눴다.

컨퍼런스 주강사인 드실바 교수는 기조 발표에서 신약 성경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로마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신약 성경 해석에서 만들어 내는 차이에 대해 고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바울서신에 나타난 ‘가정 규례(household code)’를 오늘날 선교와 목회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모색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의 사회·문화적 맥락: 신학과 선교에의 함의’ 기조발표 에서 드실바 교수는 “신약성경 저자들이 염두에 뒀던 청중들은 저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자 했는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이미 공유된 사회적·문화적 지식을 전제로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문화의 키워드로 신약성경 읽기> 등을 쓴 드실바 교수는 성경 읽기와 해석에 있어 ‘맥락’을 강조했다. 그는 “경전의 특성상, 맥락에 따라 그 의미와 영향력이 달라진다. ‘말씀(the Word)’이 갈릴리와 유대에 거주하시면서 그 지역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아람어로 가르치고 그리스어로 소수 이방인들과 교류하셨던 1세기 유대인 예수님이라는 매우 특정한 육체를 취했듯, ‘하나님 말씀’이라 불리는 텍스트도 매우 특정한 형태들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드실바 교수는 “우리는 가능한 완전히, 바울이 편지를 건넨 사람들이 살았던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대의 문화적·사회적·신학적 맥락들이 아니라, 바울 자신이 사용한 개념 안에서 서신들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와 성경 본문 사이 존재하는 실제 거리를 충분히 고려하고 존중하는 훈련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텍스트와 거리를 둘수록, 실제로 성경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드실바 교수는 “이러한 훈련된 경청은 성경을 길들여 읽는 것을 막아준다. 이는 우리가 한국 사회 일원으로서 가진 위치, 가치, 관계 맺는 방식, 정치·경제 등 조사하고 의심하기보다 ‘정상’으로 보도록 훈련받은 모든 것들로 구성된 틀 안에서 성경을 읽는 행위”라며 “우리가 물려받은 신학은 서구적 사고방식에 의해 형성되고, 서구의 관심과 전제들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층위 아래 성경을 더 면밀하고 주의 깊게 듣기 위해 성경과 거리를 두는 것은, 진정 영적이고 지적인 훈련의 특성을 갖는 어려운 작업”이라며 “고대 이국적 텍스트를 이해하는 틀로서 우리의 사회적·문화적 지식을 강요하는 힘정을 피해야 한다. 이는 고대의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관행, 그리고 현대적 우리의 관행 사이의 거리에 많은 주의를 기울일 때 가능하다”고 했다.

데이비드 드실바 교수는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하나님과 그 구원의 대리자 예수 그리스도께 충성을 바친 사람들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맥락은 매우 중요하다”며 “복음을 전하고 다른 나라에 그리스도를 따르르는 공동체를 세우려는 우리는, 복음이 그 외국의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말하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 신중한 분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드실바 교수는 ‘신약성경의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복음 자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얼마나 새롭게 할 수 있는지, ‘은혜’의 사회적 맥락과 바울의 복음 선포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폈다.
현재 서양에서 복음은 하나님 앞에서 나의 죄의식이나 무죄에 매우 개인주의적 초점을 맞추고, 구원에 대한 매우 거래적(상업적) 이해를 갖고 있다. 예수님은 내가 진 빚을 대신 갚으셨고, 그 결과 내가 용서받았으며, 그 분의 의로움이 내 계좌로 전달됐기에 나는 행복한 영원을 보장받는다는 식이다.

그러나 2천 년 전 바울 사도는 하나님으로부터 (내가 아닌) 우리의 소외, 우리를 대신한 예수님의 성취와 그 결과들을 훨씬 더 관계적인 개념들, 구체적으로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는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과 이에 대한 적절한 감사와 호혜를 보여주는 사람들 모두를 명예롭게 여기기에, 당시 로마 사회 같은 ‘명예 문화’들에서 더 즉각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주장.

데이비드 드실바 교수는 “1세기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은혜(charis)’는 일상적 단어였다. 그것은 친구 사이, 후견인-피후견인 사이, 공적 수혜자들과 혜택을 받은 도시 또는 집단들 사이 키워드였다”며 “당시 사회에서 은혜의 ‘순환’은 끊어지지 않아야 했다. 선물은 감사의 반응을 낳고, 호의는 칭송으로 보답하려는 열망을 낳았다. 받는 행위는, ‘반응’이라는 의무를 함의했다”고 소개했다.

드실바 교수는 “성서학을 통해 신약성경 세계의 ‘후원과 호혜의 역학관계’를 알게 되면, 보다 진정한 어조로 복음을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후원이라는 고대의 사회적 맥락과 유덕하여 명예로운 사람이 되는 데 기본적인 호혜성의 에토스에 깊이 몰입함으로써, 현대 독자들은 1세기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었을 하나님의 은혜와 우리의 반응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칭의와 성화, 곧 하나님의 은혜로운 포용과 하나님을 위한 삶이라는 변화된 지향 사이의 불가분성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세기 로마-지중해의 ‘명예-수치 중시 문화’에 대해서도 “미국이라는 배경에서, 저는 청중들이 이 개념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며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그 정도까지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국 문화는 명예를 중시하고 수치를 싫어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1세기 로마 지중해와 신약성경 전반에 걸쳐 관찰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역학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독자들이 성경에 여러 부분을 ‘명예-수치’ 관점에서 읽고 해석할 때, 기존 서양의 신학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성경을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의미다.

그는 “신약성경 저자들이 어떻게 명예와 수치를 고려하는지에 대한 세심한 연구는, 많은 현대 명예 문화 가운데서 기독교인들의 신념과 정체성, 그리고 실천을 기르는 일에 오히려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며 “명예-수치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서양 선교사들은 개종자들이 명예-수치 문화의 양상을 완전히 거부하고 서구 문화의 양상을 그대로 따르도록 안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베드로와 바울 등의 목소리들은 우리에게 사려 깊은 분별력의 모델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상황에 있어서는 이것이 구원·칭의·하나님의 행동에 기대되는 반응들에 대해, 서양적 이해로 인한 문화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복음을 더 문화적으로 연관성 있게 표현하고,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는 전략과, 한국이라는 맥락 안에서 하나님의 백성들 사이 형성해야 할 에토스를 표현할 자유를 얻게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이 외에도 김규섭 교수(아신대)가 ‘신전에서 교회로: 고린도전서에서 나타난 바울의 수사적 전략과 공간 이해’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