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표현 내용 매우 광범위
국가형벌권 동원, 지나친 제한
표현 자유 민주주의 근간 가치
북한 정권의 진실을 알리는 전단 등을 북한 지역으로 발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도록 규정한 '대북전단 금지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9월 26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 등에 대한 위헌 확인 사건 심리 결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은 '누구든지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3호에 '전단 등 살포'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제정 당시 해당 법안은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리며 민주주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언론의 자유를 위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2020년 5월 31일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에서 김포 모처에서 대북전단 50만 장을 살포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북한 김정은 동생 김여정이 4일 후인 6월 4일 개인 명의 담화에서 '응분의 조처'를 거론하면서 '법이라도 만들라'고 일갈하자, 통일부가 4시간 만에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열어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하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개정안을 여럿 제출해 그해 12월 14일 국회를 통과해 29일 공포된 법안이다.
이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비롯한 북한인권단체 27곳에서 공포 당일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무려 4년만에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지만 이 조항에 따라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은 표현 내용을 제한하는 법률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는 더 엄격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선례 입장에 기초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라는 점과 그 보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수의견으로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국가형벌권 행사가 최후 수단으로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 침해·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위헌 판정에 반대했다.
이들은 "위헌 의견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의한 조치를 대안으로 제시하나, 그러한 방법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 심판대상 조항을 만든 입법 연혁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