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선 목사라는 분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목사가 된 사람입니다. 전혀 교회에 나가지 않았던 아버지가, 죽기 전 "신학교에 가서 목회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알 수 없는 유언을 남겼고, 평소 믿음 생활을 하던 아들은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신학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작은 아버지라고 소개하며 찾아온 한 중년 남성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손양원 목사님의 두 아들을 죽인 살인자였음을 알게 됩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1948년 10월, 여수 순천 반란 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으셨습니다. 당시 기독학생회 회장이었던 손동신 군이 동생 손동인 군과 함께 조선민주애국청년동맹 소속 학생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신사참배를 반대하시다 5년이란 긴 옥고를 치루고 나오신 지 3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믿음 때문에 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을 견디셔야 했는데, 이제는 믿음 때문에 두 아들을 잃어버리신 것입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끓어오르는 분노로 얼마나 괴로우셨을까요?
하지만 목사님은 두 아들의 장례식에서 오히려 감사의 제목들을 나누셨습니다. 1. 나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자들이 나오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2. 허다한 성도들 중에서 이런 보배들을 내게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3. 3남 3녀 중에서 가장 귀한 장남과 차남을 바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4. 한 아들의 순교도 귀한데, 두 아들이 순교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5. 예수 믿고 누워 죽는 것도 복인데 전도하다 순교를 당했으니 감사합니다. 6. 미국 유학 가려고 준비하던 아들이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갔으니 감사합니다. 7. 내 아들을 죽인 원수를 회개시켜 아들 삼게 한 사랑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8. 내 아들 순교의 열매로서 무수한 천국의 열매가 생길 것을 믿으며 감사합니다. 9.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고 이길 수 있는 믿음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10. 이런 과분한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하시니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감사를 드릴 수가 있었을까요? 우리 자신을 꾹꾹 누르면 이런 감사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 몽둥이에 두들겨 맞은 두 아들의 시체를 5일 만에 가까스로 수습한 아버지가 어떻게 찢겨진 아들들의 시체를 보면서 감사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오직 두 아들을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기억하고, 대속의 사랑으로 인해 그 슬픔이 채워질 때 비로소 이런 감사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두 아들을 죽인 안재선이란 청년을 용서할 뿐 아니라, 자신의 양아들로 삼아서 그에게 복음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주의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자신은 비록 세상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자신의 아들만큼은 손양원 목사님의 유지를 따라 목회자의 길을 가게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를 그리스도인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무엇일까요? 고전 13:3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가장 큰 은사를 사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으로 남은 인생을 승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