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교회의 개신교인 중 절반은 이단의 교리(성경공부 내용)을 분별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단 신자의 86.2%는 소속 종파의 교리와 지도자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으며, 언론의 비판 보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블백신센터(원장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담임)와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가나의집 아가페홀에서 '한국교회 이단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조사가 일반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이단 비율을 측정하고, 특히 실제 이단 신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신앙의식, 교회 생활 등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한 설문으로는 최초라고 소개했다.
조사는 두 기관이 주최하고 기독교 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가 5월 12일부터 31일까지 총 20일간 '이단에 속하지 않은 개신교인' 1,858명, '현재 이단에 속해 있는 신자' 304명, '한국교회 담임목사'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단 교리 및 접근에 대한 인식. |
개신교인 13.3% "가족 중 이단 있어"
조사 결과 개신교인의 13.3%는 가족이나 지인 중 "이단이 있다"고, 이 중 68.2%가 이단 모임에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개신교인 전체로 환산하면 전체의 8.4%가 이단 모임을 권유받은 셈이다. 권유받은 3명 중 1명은 "이단 모임에 가 봤다"고 응답했다(31.8%).
이단이 아닌 개신교인은 "이단의 접근을 분별하고 저항할 자신이 있다"(75.4%)면서도 "이단 교리를 분별하고 반박할 자신이 있음"(47.7%)과 "이단의 교리를 알고 있음"(47.6%)은 절반 이하로 나타나 이단 교리와 그 허점에 대한 교인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 줬다.
평균 21.8세 활동 시작... 20~40대 상당수
이번 조는 현재 이단에 속해 있는 신자들을 대상으로도 이뤄졌으며, 전체 신앙인 중 8.2%가 이단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국내 약 31~59만 명(표본오차 감안)의 이단 신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개신교인 중에는 고령층이 많은 데 비해, 이단 중에는 10명 중 7명(68.5%)이 20~40대였다. 이단에는 "과거 일반 개신교 생활 중 종교지도자와 교인들이 윤리적이지 않았다"(매우+약간 52.8%), "교리에 의심이 있었다"(43.9%), "교인들에게서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다"(44.4%)는 부정적 감정을 가진 이들도 상당했다.
▲이단 및 일반 개신교인 연령 비교. |
현 이단 신자들이 종파 활동을 시작한 연령은 평균 21.8세였다. 10세 이하가 27.3%, 11~20세가 27%, 21~30세가 19.4%였다. 이단이 청년층을 집중 공략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활동 시작은 "가족의 권유"(38.2%) 영향이 가장 컸다. 종파 활동 시 권유받은 내용으로는 "교리공부/성경공부 권유"가 37.2%, "그냥 교회에 가자고 권유"가 31.9%로, 성경공부나 단순 교회 출석을 제안하는 형태의 권유가 많았다.
이단 신자의 86.2%는 소속 종파의 교리와 지도자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으며(의심해 본 적 없다+과거에 의심했지만 현재 하지 않는다), 5명 중 1명은 "현 종파 지도자가 죽지 않는다"(21.4%)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인식은 신천지 신자의 경우 58.6%까지 높았다.
언론의 이단 보도에 대해서도 "우리 종파와 상관 없는 일"(44.4%), "왜곡/과장된 보도"(43.4) 등 자신과 관련 없는 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언론의 이단 비판 기사가 이들에게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단 신자 3명 중 2명(65.8%)은 현재 가족/친척 중 같은 종파 사람이 있으며, 자신의 이단 활동에 대해 가족 대부분(79.4%)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단 활동으로 가족과 갈등이 있는 경우는 23.7%로 4명 중 1명 꼴이었다.
▲교리와 지도자에 대한 의심. |
'이탈 의향률', 일반 개신교보다 높아
이단 신자의 신앙생활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일반 교회 신자와 비교 분석해 본 결과, '전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1년간 전도해서 교회에 출석시킨 비율이 이단 신자는 38.7%, 일반 교회 신자는 13.0%였다.
교회 생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이단 신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를 옮기고 싶어하는 마음은 일반 교회 신자보다 더 높은 특징을 보였다. 즉 다른 교회로 옮기고 싶거나 아예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싶다는 소위 현 교회 이탈 의향률은 일반 교회 신자들이 17.5%인 데 반해, 이단 신자들은 26.6%로 4명 중 1명 이상 꼴로 높았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지난 6월 발표한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에 따르면, 이단 교회 신자들이 소그룹 활동을 하는 비율은 86.5%로 일반 개신교의 49.4%보다 상당히 높았다. 반면 출석 교회에 대한 불만은 교회 내 소통 부족(34.5%), 재정 투명성(21.3%), 헌금 강요(23.1%), 지역사회 봉사활동 적음(21.4%), 다툼과 분쟁(16.4%) 등에서 일반 교회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바이블백신센터 원장 양형주 목사(대전도안교회 담임)와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가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
탈퇴자들 품을 역량 마련해야
지용근 소장과 양형주 목사는 "이제 한국교회에서 고3,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단에 대한 예방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또 "개신교인 중 과거 이단에 속했다가 돌아온 이들은 불과 3%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상담해 다시 품을 역량을 신학교, 교단, 개교회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