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세계 선교 2위 대국'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에 익숙해질 즈음, 지난 6월 제8차 NCOWE(세계선교전략회의, 엔코위)에서 대두된 건 자성의 목소리였다. 물량주의, 숫자에 기반한 평가, 선교사 중심의 일방향적 선교에서, 현지인 중심의 성장과 리더십 이양, 건물이 아닌 사람을 세우는 '성숙한 선교'로의 방향성 선회가 요구됐다.

전 세계 22,204명 선교사(2022년 kriM 공식 집계)들의 네트워크인 한인세계선교사회(신임 대표회장 방도호 선교사, 사무총장 이근희 선교사, 이하 KWMF)는 대회 직후 이러한 변화에 대한 다짐과 함께 다음 세대를 선교 리더로 세우는 '차세대 동원'의 필요성을 알렸다. 침체일로를 걷는 한국교회의 현실, 특히 다음 세대의 위기는 동시에 선교계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등 도전, 성숙한 선교로 변화 요청
외부 시선에 비해 안타까운 한국교회 현실

7월 15일부터 대표회장 임기를 시작하는 KWMF 방도호 선교사는, 수적·영적으로 세계 2위 선교대국의 역할을 요청받는 한국교회가 이면에서는 갱신을 요구받고 다음 세대 위기에 처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선교계는 더 이상 이를 교회만의 현실로 여기지 않고, 함께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인 리더십 이양을 위해 현지에도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부흥의 현장이 있음을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이 부흥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파송 주체인 한국교회 역시 경쟁하듯 선교사를 내보내고 수치로 평가했던 과거에서 벗어날 것을 요청했다. 

1996년 KPM(예장 고신 세계선교회)에서 남미 페루로 파송받아 27년째 사역하고 있는 방 선교사는, 남미의 급격한 부흥과 함께 이단의 침투를 우려하며 한국교회에 관심을 요청했다. 다음은 방 선교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KWMF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인세계선교사회(KWMF)는 전 세계 168개국에 흩어져 사역하는 2만 2천여(비공식 3만여) 한인 선교사들의 친목과 정보 교환 및 세계 복음화 기여 목적으로 1977년부터 시작한 단체다. 아시아 지역에서 사역하던 일곱 명의 선교사들이 상호 안부를 묻고 격려하는 모임으로 시작됐으며, 다음해인 1978년 선교사동지회(KMF)로 명명하면서 최고령이었던 홍종만 선교사님이 제1대 회장으로 섬기게 됐다. 1989년 7월 시카고 휘튼대학에서 열린 한인세계선교사대회 때부터 좀 더 구체적인 한인선교사들의 모임을 갖고, 그 후 4년마다 총회를 열었다. 2011년 캄보디아에서 입법총회 및 지도력 개발회의를 개최하면서 KWMF로 개명했다."

-한국은 선교사 파송 2위 국가로 알려져 있다. 현주소는?

"공식 집계 이외에 개별 교회나 NGO 등에서 파송한 선교사를 포함하면 3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다음의 세계 2위 파송국가를 말할 때 브라질이나 중국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에 선교사 파송을 숫자로 말했다면 이제는 영적·정신적 개념도 더해졌다. 한국교회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타국을 돕는 위치에 섰다. 아시아는 물론, 남미, 아프리카 등 리더십이 한국교회를 방문하고 싶어하고, 연합하길 바란다.

반면 외부적으로는 2위 선교국가로 인정받으면서도 정작 우리 스스로는 다시 부흥이 요구되고, 다음 세대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코로나로 MK 타격, 멤버 케어 시급성 절감
차세대 부흥 위한 역할에 선교사들도 동참

-코로나19가 선교지에 미친 영향과 변화는 무엇인가. 한국 선교계는 이 위기를 어떻게 대응해왔다고 평가하나.

"의료적인 측면에서는 선교계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선교사 네트워크를 통해 의약품과 장비를 전달하고, 에어앰뷸런스도 동원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선교지와 선교사 모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MK(선교사 자녀)들이 영적·정신적 충격에 육체적 어려움과 학업의 문제까지 타격이 컸다. 여성 선교사들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말 못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는 선교사 가정이 꽤 있다. 아직 여운이 있다. 선교사 멤버 케어의 시급성이 대두됐다. 원격 의료시스템도 활성화돼야 한다.

한국에 와 보니 한국교회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허물어져가는 다음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선교의 부흥은 한국교회의 부흥과 밀접하다. 바울이 이방인을 위한 선교사였으면서도 자기 민족을 향한 사랑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선교사지만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해서도 헌신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한국교회만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내려 놓고, 함께 짐을 지고자 한다."

한인세계선교사회(KWMF) 대표회장 방도호 선교사
▲방 선교사는 "과거 서로 경쟁하듯 선교사를 보냈고, 수치로 모든 것을 평가했다. '성숙한 선교'로 변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차세대 선교 동원을 우선 과제로 꼽았는데, KWMF의 한 해 비전을 설명해 달라.

"내년 초 KWMF 선교대회를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 선교계를 이끌 차세대 리더는 ①MK 선교사 자녀들 ②TCK(Third Culture Kids) 3국 선교지역 자녀들 ③PK 국내 목사 자녀들 ④LK 국내 평신도 자녀들 ⑤귀화한 다중 문화 속에 자란 1세대 선교사 자녀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교대회는 이 다음세대를 위해 헌신할 지도자들의 모임이다. 150여 개국 선교사들 중 차세대 선교에 헌신하는 선교사들, 파송 선교단체들과 개교단의 선교부 차세대 담당 사역자들, 각 교회 선교 담당 목회자 등 450여 명을 초청해 다음세대 선교에 대한 비전을 나누고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이후 선교사들이 강사가 되어 지역교회의 부흥을 위한 집회들을 개최해 나가며 이들과 다음 세대 선교에 대한 비전을 나눌 계획이다. 오랜 기간 선교지에 떨어져 있으면서 한국교회의 현실과 어려움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선교사들이 한국교회를 이해하는 노력도 함께할 예정이다."

-제8차 NCOWE에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현지인 주도 성장의 요구가 컸다. 현지 선교사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큰 공감이 됐다. 선교사들이 '외국에서 온 우리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서로 문화와 언어와 삶의 형태도 다르다. 어느 정도 리더십이 서면 그들에게 빨리 이양해야 한다. 동역자에서 동반자로, 그리고 완전한 이양으로 넘어가야 한다. 현지인 스스로가 충분이 해낼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로 변화돼야 한다. 선배 선교사들이 앞장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교사들이 먼저 겸손해야 한다. 우리는 부흥을 먼저 체험한 이들인데, 현지에도 크든 작든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부흥의 현장이 분명히 있다. 그들이 부흥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격려하고, 그들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세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쟁하듯 숫자로 말하던 '평가지표' 수정해야
급성장 페루에 한국 이단 득세... 관심 가져야

-선교 현장의 성숙을 위해선, 파송 주체인 한국교회의 인식 변화도 동반돼야 하지 않을까.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은?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예전에는 선교사를 존경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2만 명이 넘는 선교사가 파송되면서, 오히려 국내 목회보다 선교지가 더 편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재정을 지원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우위에 서려는 모습도 있다. 심지어 일부에선 선교사 줄이기 운동도 있고, 코로나로 교회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줄어든 예산이 대부분 선교비였다. 선교지에 대한 '평가지표'도 변해야 한다. 과거 서로 경쟁하듯 선교사를 보냈고, 수치로 모든 것을 평가했다. '성숙한 선교'로 변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선교사 멤버케어도 한국교회의 숙제다. 10년 이내 1만 명의 선교사가 은퇴할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한국교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남미는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서 교회의 빠른 성장이 있었다. 남미, 그리고 페루의 선교 현황과 과제는 무엇인가.

"유럽에서 미국을 통해 한국까지 이어져 온 성령의 역사가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다. 성령운동은 강한 반면, 말씀에는 약한 측면도 있다. 물질에도 약하다. 그래서 이단들이 득세하고 있다. 한국의 이단들도 종교를 넘어 정치·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려 한다. 돈으로 꾀니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 교계가 각 나라 기독교계 리더십과 더 적극적으로 만나 비전을 나누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