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의 탯줄을 가위로 잘랐을 때가 생각납니다. 잘라도 되는 건지, 떨리는 손으로 처음 본 탯줄을 잘랐고 아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졌습니다. 10개월을 탯줄이라는 매개체로 엄마와 하나가 되어있었지만, 탯줄이 잘리는 동시에 엄마로부터 공급되던 모든 영양분이 중단되며, 세상에서의 독립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엄마로부터 태어나, 엄마와 하나 되었던 아이가 바로 완전한 독립을 하지 않습니다.
출생 후에도 엄마와의 끈끈한 유대 관계는 기저귀를 갈아주고, 새근새근 잠을 재워주며, 젖을 물리고, 옷을 입히고, 학교를 데려다주며, 도시락도 싸주면서 엄마와의 생명적 관계를 더 깊게 배워갑니다. 그렇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우리는 '어린이'라고 부릅니다. 어린이들은 어머니로부터 탯줄을 자르며 독립했지만, 여전히 정서적, 생존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부모의 말에 말대꾸하기 시작하는 날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때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이 되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경에서 교회를 지칭하는 말 중에 '하나님의 자녀(Child of God)'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하나님의 어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가 부모와 의존적 연합을 이루는 것처럼,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 역시 하나님과 의존적 연합을 이룹니다. 그래서, 우리는 머리가 희어도, 자녀가 있어도 여전히 하나님의 자녀, 하나님의 아이입니다.
오늘은 어린이주일입니다. 파릇하게 피어나는 푸른 잎처럼 생기발랄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우리 교회에도 넘쳐납니다. 예수님 역시 이런 어린이들을 너무 사랑하셨습니다. 이 아이들이 내게로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고, 천국이 이런 어린이와 같은 자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로 만든 놀이터를 너무도 행복하게 뛰어다니는 주의 어린이들의 얼굴 속에서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로 섬기며, 그분의 품에서 위로와 안식을 누리는 주의 어린이가 바로 교회입니다. 어린이주일을 맞이하여 하나님이 우리 교회들을 사랑하신 것처럼, 그들을 더 사랑하고 축복하며 우리도 하나님 앞에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들의 밝은 웃음 속에서 하나님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