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도서전에 힌두교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군중들이 몰려와 기독교 단체의 성경 무료 배포를 방해하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인도 매체 NDTV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종교적 구호를 외치는 군중들이 ‘기드온스 인터내셔널’(Gideons International)의 가판대로 몰려와 성경 배포 중단을 요구하는 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시위자 중 한 명은 자신을 힌두연합전선(Hindu United Front)의 델리 지부 수장이라고 주장하며, 주변 사람들과 인도의 헌법에 명시된 권리에 대해 논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매체는 도서전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시위로 인한 혼란이 이런 규모의 행사에 걸맞지 않다고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또 경찰 측 성명을 인용해 “도서전 주최 측이나 기드온스 인터내셔널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폭력 사태는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관련자에 대한 체포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NDTV는 2월 25일부터 3월 5일까지 진행된 행사에서 시위대가 무료 성경을 준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찢고, 가판대에 놓인 책들을 빼앗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다른 가판대들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힌두교와 시크교 경전을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위 사태 후 힌두 민족주의 단체 ‘비슈와 힌두집회’(Vishwa Hindu Parishad, VHP)는 기독교 단체들이 "힌두교도를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비노드 반살 VHP 대변인은 “시위한 회원들은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무료로 책을 배포하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사고방식의 문제”라며 “(무료 성경을) 배포하고, 뒤쫓아오고, 속이며, 다른 종교를 모욕하는 방식이 사람들을 동요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드온 가판대의 한 자원봉사자는 “누구에게도 성경 책을 가져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라며 “10년째 도서전에서 가판대를 운영했지만 이런 사태는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기드온 가판대 근처에서 무료 요가 강습이 제공되며,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가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학 행사에서는 일부 상점들이 힌두교, 시크교, 이슬람교 및 기독교에 관한 종교적인 내용을 주제로 다뤘다고 밝혔다.
기드온스 인터내셔널은 “기독교 사업가들과 직업인 남성과 그들의 아내가 예배를 위해 함께 연합하고, 개인 간증을 나누며, 성경과 신약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알리는 데 전념하는 협회”라고 웹사이트는 소개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릴리스 인터내셔널(Release International)은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인도 인민당(BJP)의 장기 집권이 급진주의 힌두교 진영을 점점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며, 기독교인 박해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종교 자유 상황은 2014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당선된 이후 최근 수년간 급격히 악화됐다. 인도 내 기독교인 수는 전체 인구의 2.3%에 불과하며, 힌두교인은 약 80%를 차지한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오픈도어 USA는 올해 인도를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각한 전 세계 국가 중 10위에 올렸다. 오픈도어는 인도에 관한 팩트시트 보고서에서 “힌두 극단주의자들은 기독교인의 존재와 영향력을 인도에서 척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일의 배후에는 인도 기독교인과 기타 종교적 소수자는 진정한 인도인이 될 수 없고, 인도 외부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어 그들을 추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념인 힌두트바(Hindutva)가 있다”며 “이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증오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조직적이고, 폭력적이며. 철저하게 조직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