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사택 무너지지 않아... 하나님께서 도우셨다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에서 연달아 발생한 강진으로 하루 만에 사망자가 3,800명을 넘기고 있다. 현지 교민들은 최대한 안전한 지역으로 급히 피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와 전화 연락이 닿은 김대희 튀르키예 남동부 한인 부회장은 "언제 다시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위험 지역에 계신 분들은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교민들은 지진 발생 직후 긴급히 연락망을 개설에 한인사역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으며, 김 부회장은 동남부 지역 코디를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이 머무는 메르신(Mersin)은 진원지인 동남부 가지안테프와 약 220㎞ 떨어져 있지만, 역대급 지진의 위력은 이곳에서도 느껴졌다고. 그는 "건물이 크게 흔들려 가족들과 긴급히 밖으로 나와 대피했다. 필요한 물품을 챙기기 위해 잠시 집을 오가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가지안테프로부터 3시간 거리에 있는 아다나(Adana)를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이들은 피해가 심해 집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다나의 계셨던 6가정은 앙카라(튀르키예 수도)로 이동했고, 나머지도 이동할 계획"이라며 "(진원지로부터 동쪽 140km 떨어진) 샨리우르파에 있는 이들은 제가 있는 메리신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밀려든 피난 행렬로 이동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길이 너무 막히다 보니 움직이지 못하고, 그냥 차나 구호 텐트에 머물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너무 춥고 어려움이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된 '안디옥 개신교회' 장성호 선교사 가족도 6일 밤 김 부회장이 있는 메르신으로 긴급히 피신했다. 튀르키예 인구의 98%가 무슬림인 상황에서, 이 교회는 안디옥(안타키아)에서 유일한 개신교회로 사역을 펼쳐 왔지만 이번 지진으로 완파됐다.
▲튀르키예 강진으로 3층 건물이었던 안디옥 개신교회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다. 이 건물은 옛 프랑스 대사관 건물이었다. ⓒ장성호 선교사 제공 |
장 선교사가 전해온 안디옥 개신교회의 상황은 급박했다. 지진이 났을 당시 교회 인근 사택에서 잠들어 있던 장 선교사 가정은 큰 진동에 아내와 아이들, 장인과 장모 등이 모두 거실로 뛰쳐나와 테이블 아래로 피신했다. 낙석에 머리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기도 했으며, 진동이 멈추자 건물 바깥으로 대피했지만 이미 주변의 상황은 처참했다.
붕괴된 건물들로 골목은 막히고 시야 확보조차 어려웠다. 긴급히 교회로 뛰어갔지만, 3층 건물이 1층만 남기고 모두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다. 점점 빗줄기가 거세졌음에도, 계속된 여진으로 동이 틀 때까지 밖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다. 전화와 전기 등 모든 게 불통이 됐다.
사택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기적이었다. 김 부회장은 "그들이 빠져나왔을 때 이미 사택 바로 옆 건물까지 주저앉은 상황이었다. 굉장히 낡은 건물인데 하나님께서 보호하셔서 기적처럼 무너지지 않았다"며 "그들은 급하게 메르신으로 피신했다. 안도의 표정을 보였지만, 너무 큰 사태를 겪는 바람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가족을 긴급히 대피시킨 장 선교사는 이내 혼자의 몸으로 다시 교회가 있는 안타키아로 발길을 돌렸다고. 김 부회장은 "그곳의 집들이 상당히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연락이 두절된 교인과 가정들도 있어서 급히 떠났다"고 전했다.
현재 비대위는 교민들과 비상 연락망을 통해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현지 대사관과 긴밀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키아 등 진원지와 가까운 지역들은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한편 장 선교사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긴급구호기금 3만 불을 긴급히 마련해 장 선교사에게 보냈다.
▲2000년 광림교회가 세운 안디옥 개신교회가 무너지기 전 모습. 옛 프랑스 대사관 건물을 사용해 왔다. ⓒ광림교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