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라는 이름은 정의롭다.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다분히 폭력적이다. '피해자'의 주장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가해자'에게는 최대 3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그것도 반복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금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금도 부과될 수 있다. '차별'의 항목에는 이미 관련 법규들이 제정된 장애·국적·성별 등 외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이 포함돼 있다. 자유로운 토론이 오가야 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건전한 비판에까지 막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것은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긴 시간 최일선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싸워 온 길원평 교수(전 부산대 물리학과, 현 한동대 석좌교수, 진평연 집행위원장)가 처음 이 문제를 알게 된 것은 2006년도다. 한 일간지에서 기사를 접한 그는 '성별지향', '성별정체성'이란 단어의 의미를 알고 나서 주변에 그 문제점을 알리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권 말기였던 2007년 10월 법무부 입법 예고를 앞두고 250여 교수들의 반대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법무부, 여·야 및 주요 부처에 보냈고, 결국 막아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마쳤다고 생각했지만, 뒤이어 나서는 이가 없었다.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과 어울리지 않는, 악법과의 투쟁이라는 머나먼 길을 그렇게 내디뎠고 17년이 흘렀다. 삭발만 수 차례 감행했고, 67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국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단식투쟁도 불사했다. 그 사이 간암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고 신장암으로 콩팥 하나를 제거했다.

불과 31세에 부산대 교수로 임명돼 촉망받던 그는, 다음해 간경화 판정을 받고 3, 40대를 투병생활로 보냈다. 40대 후반이 됐을 때 "하나님의 일을 하다 죽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아이들의 미래가 망가진다"며 "이름만 들으면 아주 좋은 법이다. 처음에는 동성애만 지적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수많은 폐해를 알게 됐다. 한쪽의 주장만 마음껏 허락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어긋나는 법"이라고 했다. 소송으로 갈 경우 '피해자'는 국가로부터 소송비를 지원받는다. 그는 "피고가 이길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LGBT가 반기독교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효과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쾌락에 빠지는 것을 합리화·정당화하는 논리를 펼친다"고 했다. 또 "영국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통과되고 문제점이 나타났을 때, 이미 교회는 문제를 제기할 힘조차 없었다"고 했다. 최근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로 기독교계 안팎에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는 한국교회를 향해 차별금지법의 문제를 명확히 제기하는 일과 더불어 동성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과 말기 에이즈 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길원평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대형교회 목회자들 릴레이 시위에 평신도들 힘 얻어
국회의원들도 정확히 몰라... 이름만 듣고 찬성하기도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서면서 기독교계 안팎에서 관심도가 높아졌다. 긍정적인 변화가 느껴지는가.

"평신도들의 호응이 크다. '그간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이 사안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이 앞장서니 힘이 난다'는 응원을 많이 받았다. 목회자들이 나서니 그 지역의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따라 나서 주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그들이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을 직접 지적해 주니 법안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1인 시위 장소를 국회의사당 6문 앞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은 법안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던가.

"국회 앞에서 텐트를 치고 1인 시위를 했었다. 차별금지법, 평등법,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과 같은 것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있다. 6문 앞은 국회의원들이 출근하는 곳이다. 몇 달 하다 보니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인식하게 되더라. 대부분 언론을 통해 아는 정도로, 일반 국민과 다를 바 없다. 그저 이름만 듣고 좋은 법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기에 만나서 설명해야 한다. 적어도 보좌관에게 설명하고, 보좌관이 전달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직접 만나 10분이라도 설명해야 한다. 자세히 알게 되면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31세 때 교수 임명돼... 투병 중 기도하다 문제 인식
과학자로서 동성애 공부... 선천적이지 않다는 확신
건전한 비판도 금지해, 자유민주주의 심각히 침해

'2022 개정 교육과정' 폐기 촉구 집회
▲67년생인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수차례 삭발식은 물론 국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단식투쟁도 불사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펼치던 길원평 교수 ⓒ송경호 기자

-물리학자로서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31세 때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가 되었는데, 이듬해인 32세 때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37세에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30대와 40대를 거의 투병생활하며 보냈다. 연구실에 침대를 놓고 누워 있다가 강의하러 다니는 생활을 했다. 일찍 교수가 됐지만 제대로 연구도 하지 못했다. 40대 후반에 하나님께 '저도 하나님을 일을 하다 죽고 싶습니다'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만 50세가 되던 2006년 어느 날, 우연히 일간지에서 차별금지법 기사를 봤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는 것이었다. 성적지향이라는 단어가 궁금해 인권위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동성애·이성애·양성애를 뜻한다고 해서 이 일에 뛰어들게 됐다. 250여 교수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법무부, 각 정당에 보내 반대 의사를 전했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10월 법무부가 입법 예고를 했는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통과됐을 것이다. 그렇게 차별금지법의 문제를 주변에 알려나갔다. 몸이 좋지 않아 잠시 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이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후에도 계속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건강도 좋지 않은데, 왜 생명을 걸고 이 일에 나섰나.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망가진다. 동성애를 정상이라고 가르치게 될 것이고, 너무나 당연하게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제가 과학자이지 않은가. 수많은 논문을 찾아봤고, 동성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러다 책도 내게 됐고, 이젠 전문가가 돼버렸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 굉장히 큰 전쟁이 됐다."

-동성애 찬반을 넘어 '자유'라는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법성이 큰데, 시민들이 이런 부분까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름만 들으면 차별을 금지하는 아주 좋은 법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저희도 동성애만 지적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폐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성애나 성적 지향에 대한 각자의 윤리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행위자 차별과 행위 차별(비판)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담배 피우는 사람은 존중하지만, 담배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동성애 행위에 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건전한 비판도 금지한다. 국가인권위 판단 하에 이행강제금을 3천만 원까지 반복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법원으로 가져가면 국가에서 변호사비도 제공한다. 피고가 이길 수 없는 구조다. 상호 의견이 모두 허락돼야 하는데 한쪽의 주장만 마음껏 허락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어긋나는 법이다. 이렇게 말하면 또 혐오라고 공격한다."

LGBT 세력, 전 세계적으로 반기독교적 영향력 커져
법 제정되면 이미 '독재사회'... 영국 등 뒤늦게 후회
한국교회, 행위는 반대하되 사람은 사랑하고 돌봐야 

길원평 교수(前 부산대 물리학과, 現 한동대 석좌교수).
▲불과 31세에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로 임명, 촉망받던 길원평 교수는 이듬해 간경화 판정을 받고 3,40대를 투병생활로 보냈다. 50세가 되던 즈음, '하나님의 일을 하다 죽고 싶다'고 기도하다 '차별금지법'의 문제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송경호 기자

-반대로 찬성하는 이들은 왜 그토록 열심히 추진하는 것인가.

"핵심 그룹은 굉장히 헌신적이다. 과학·문화·언론·여성운동 등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간다. 동성애자들은 국민의 1%가 되지 않는데 다음세대 헌신자들을 체계적으로 길러낸다. '너희는 차별받고 있다'고 가르쳐서 예술·언론·정치 모든 영역에서 교회의 아주 강력한 적을 만들어낸다. 전 세계적으로 LGBT, 즉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가 반기독교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효과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들까지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맑시즘·공산주의와 같은 사상은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대부분 성적으로 문란하다. 그들에게 하나님은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네오맑시즘과 같은 것으로 문란함을 정당화한다. 그들에게 하나님은 없고, 마음대로 즐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것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 음란물들이 늘어나고,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지며, 최근에는 동성애·소아성애 포르노를 확산시키며 다음 세대를 동성애자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대항할 만한 진실한 믿음을 가진 기독교인은 점점 줄어들고, 그들은 점점 번성하고 있다."

-이미 이 법안이 통과된 서구에서는 뒤늦게 바로잡으려 노력한다고 들었다.

'영국에서 평등법이 만들어질 때 기독교계에서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우려했지만, 정부는 '절대 그럴 일 없다', '그런 일이 생기면 종교계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점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교회가 몰락한 뒤였다. 문제를 제기할 힘조차 없던 것이다. 문제가 드러나면 이미 그것을 이겨낼 힘이 없다. 그 전에야 마음대로 말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마음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면 처벌되니 독재사회가 된 것이다. 이제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처음에는 모르고 그저 좋은 법이라고 세뇌를 당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동성애자가 가장 많고, 이를 정당화하는 활동이 많다. 근데 이제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마다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판결과, 젠더 교육을 금지하는 법들도 많아지고 있다."

-동성애자들 중에서도 선천적인 문제라고 인식하거나, 해결할 방법이 없어 괴로워하는 이들도 많다.

"동성애 유전자가 존재한다거나 혹은 과학적으로 선천적이라는 증거가 전혀 없다. 타고 난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벗어날 수 있다. 동성애 역시 깊은 중독이라고 본다. 선천적이라는 주장을 계속 듣다 보면 그렇게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을 굳게 먹으면 끊어낼 수 있다. 다만 그럴 힘이 없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우선 동성애자들을 사랑하되, 그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명확히 내야 한다. 동성애자들은 에이즈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기에, 비참한 말기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센터를 만들고 사랑으로 돌보는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만약 차별금지법 반대 투쟁 형식에 거부감이 든다면, 에이즈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동성애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다. 행위는 반대하지만 사람은 절대로 반대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 아닌 실제로 행했으면 좋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