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가 낡아 전혀 단열이 되지 않아요. 지난해에는 국내 실향민 캠프 안에서 10명의 아동이 추위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바드기스 지역에 살고 있는 한 실향민 여성의 이야기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중동지역 난민 여성 가장들의 취약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보고서 '<혹독한 추위 속의 난민(Out in the Cold)>'을 최근 발간했다.
월드비전은 "우크라이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란을 오거나 해당 국가 내에서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실향민 여성 가장들이 혹독한 겨울 추위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으며 가구주의 성별이 가구의 취약성을 어떻게 악화시킬 수 있는지 초점 집단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여성 세대주 가정은 생필품과 겨울철 필요한 난방용품과 같은 필수품의 가격 상승,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으로 다른 취약계층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월드비전 중동·동유럽 지역 총괄 책임자 엘리노어 몬비엇은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에게 소득 창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자체가 문화적 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다수의 중동지역 난민 및 국내실향민 여성 가장들은 가정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집 밖에서는 소득을 창출해야 하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는 난민 캠프와 폐쇄된 지역 사회 내에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월드비전은 "여성이 가장 역할을 하는 가구들이 음식 소비를 줄이고, 전례 없는 수준의 부채 부담을 떠안고 있으며, 미성년 자녀들을 아동 노동과 조혼의 위험에 내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또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한파 속에서 식량과 난방용품 구입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최후 수단의 난방 방법을 택함으로써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했다.
엘리노어 몬비엇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가족들은 이제 첫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지만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여성들은 연료, 나무 땔감, 전기, 가스 없이 추운 날씨를 견디고 있다"며 "요리나 난방을 위해 비닐봉지와 낡은 옷을 땔감 삼아 쓰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족의 건강과 환경에 만성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고 지역 사회의 화재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여성 가장들은 교통 수단의 부재, 먼 거리 등으로 인해 특히 겨울에 의료시설에 접근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더라도 의약품 부족과 의료 서비스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 이를 이용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추운 날씨와 아이들에게 제공할 음식의 부족, 열악한 주거 환경 등으로 인해 여성 가장들은 정신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고, 이로 인해 때때로 자녀들에게 신체적·정서적 폭력과 방임을 야기시킨다.
월드비전은 보고서를 통해 난민 및 국내실향민 여성 가장들을 우선적으로 그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혹한기를 나기 위한 현금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현금 지원 외에도 친환경 고체연료 및 난방용품 지원, 방한 의류와 담요 지원 등 즉각적인 방한 대책이 급선무이며,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정신건강 지원서비스를 조기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월드비전 조명환 회장은 "월드비전은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시리아·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난민 및 국내실향민 가구주에 대한 혹한기 대응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이들은 삶의 터전에서 도망쳐야만 했고, 아이들과 함께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는 멀어졌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상상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지속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비전은 1950년 6.25전쟁 이후 부모를 잃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밥 피어스 목사와 한경직 목사에 의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