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남서부 국경 지역에서 불법 입국이 역대 최대를 갱신한 가운데, 미 연방대법원이 무단 입국자를 즉시 추방하도록 하는 명령인 ‘타이틀42’를 그대로 유지하라고 판결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27일 ‘타이틀 42’에 대한 중단을 결정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유예 신청을 승인했다. 연방대법관 9명 중 5명은 중단 유예에 찬성했지만, 4명은 반대했다.

이 행정명령은 2020년 3월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무단 입국자를 즉시 추방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번 조치는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릴 때까지 유효하며, 변론 기일은 내년 2월로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던 닐 고서치 대법관은 “현재 국경 위기는 코로나19 위기가 아니”라며 행정명령 유지에 반대했다.

그는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참여한 반대 의견서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다른 비상사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단일 비상사태를 위해 고안된 행정명령을 영구화 해선 안 된다. 우리는 최종 정책 입안자가 아닌 법원”이라고 주장했다.

타이틀 42에 대한 중단 유예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이 11월 남서부 국경에서 미국 불법 이민이 23만 3740건에 달한다는 통계가 발표된 직후 결정됐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내 불법 입국으로 적발된 건수는 매달 10만 건을 넘어섰다. 2020년 4월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멕시코 잔류’ 제도를 시행했을 당시 불법 입국은 1만 7106건에 불과했다. 멕시코 잔류 제도는 미국 국경을 넘어온 망명 신청자들을 멕시코로 돌려보낸 뒤 망명 심사일에 출석하도록 입국을 규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하자 국경 내 무단 입국은 올해 3월부터 20만 건을 넘어 5월까지 증가했다. 특히 남서쪽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 수는 8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이다.

불법 이주민 폭증은 텍사스주의 엘파소 등 국경 도시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오스카 리서 엘파소 시장(민주당)은 국경 관할 구역으로 유입되는 불법 입국자 폭증을 우려해 이달 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리서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애초에 망명 신청자나 우리 지역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오늘날 거리에 수많은 망명 신청자들이 있어 정말로 안전하지 않다. 우리가 사람들을 처리하는 방식은 이런 것이 아니”라고 우려했다.